표주박의 散文노트
高雅한 香味
샘터 표주박
2003. 11. 23. 13:16
-꽃 중에서 무슨 꽃을 좋아하지요? 간혹,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외진 들녁에 피어난 '들국화'라고 서슴없이 말하곤 한다. 그러면, -그럴것 같았어요. 얼마전 많이 아팠을 때, 친구가 들국화를 한아름 안고 들어선다. -웬일로 들국화를 다 사왔지? -우리집에도 꽂았어. 친구란 이렇게 닮은 구석이 많은가 보다. 잔잔한 미소로 피어난 들국화를 건네 주고 건네 받는 두 女心에는 들꽃 처럼 소박한 웃음꽃이 피어난다. -여행 다녀 오면서 국화차 사왔어 어느 만남 자리에서 마음들을 모았다며 넌지시 들려준다. 들국화를 좋아하여 들국화 처럼 살고픈 내 마음을 들여다 보기라도 했을까. 전해주는 손길이 세심하다. 우리나라 산천 방방곡곡에 가을이 함조롬히 내려앉을 때 길목을 지키는 들국화. 섭디 서러운 고독한 언덕에서 조각달 바라보며 한뎃잠을 자다가 아가별 엄마 찾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쓸쓸함을 털어내며 저 혼자 피는 꽃. 찬 서리에 목을 축이며 맑은 눈을 뜨던 어느 날 이었을 거다. 어쩌면 지독하게 슬픈날이었을 지도 모르지. 꽃 사냥꾼 손마디에 목덜미 꺾이어 따사로운 햇살에 실핏줄 말리더니 핼슥한 얼굴로 더 작아지고, 더 가벼워지고, 더 깊어졌구나. 차호 뚜껑을 열고 작설차 몇 잎, 말린 소국 몇 송이를 다관에 담고 정갈하게 끓인 찻물을 소롯이 붓는다. 白瓷盞 해맑히는 高雅한 香味- 두세번 우려 낼수록 香觸은 그지없이 부드럽고 은은하다. 노란 찻물에, 구겨진 솔기를 펼치어 다시금 피어난 花顔은 더 할 게 있다는 듯, 더 줄 게 있다는 듯, 마지막 순간까지 눈짓을 한다. 나의 懶態를 들추어 내는 것 같아 부끄럽다. 虛虛한 일상을 노란 香痕으로 촉촉하게 적시어 靈魂까지 愛撫한다 한 여름에는 뙤약볕 갈증을 덜어 주고, 한 겨울에는 고뿔 걸러내어 따숩게 보듬어 주고, 더욱이 공해에 오염되어 濁한 精神도 맑게해 덤으로 채워 준다지. 고맙기도 하여라. 四君字- 뭇 文士들의 올 곧은 氣槪와 高潔한 自態를 뽐내는 梅蘭菊竹. 哀切한 歎息과 求遠의 自我를 畵宣紙에 墨香으로 篇篇히 脈을 잇는 菊.... 이러 저러한 상념의 언저리에서 손짓하며 달려오는 또 하나의 노란 꽃송이. 여름 한 철 용마산을 지키던 金鷄菊이 '국화 사촌'이라며 뽐낸다. 하지만 어디 국화만 하랴.... 이슬 머금고 활짝 웃는 金鷄菊 여름 들판에 노란 물감 뿌리고. 찬 서리 맞으며 피어난 甘菊은 가을 바람에 진한 향기 날리고. 사촌인가봐 앞집 아가 노란 리본 매달고 옆집 언니 노란 국화 말리고 뒷집 오빠 노란 머리 흔들고 사촌인가봐 할아버지는 사랑채에서 국화주 한잔 할머니는 안채에서 국화베게 베시고 어머니는 거실에서 국화 차 마시고. 바다건너 온 金鷄菊 배가 아프단다 사촌이니까
글 /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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