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표주박
2007. 1. 29. 06:01
겨울이 실종된 창가에서
마른가슴 하나가 서성인다
내 마음에 무단으로 들어와
내 허락 없이 나가 버린 너.
어느날엔가
가늘던 눈이 둥굴어지고
펑퍼짐하던 콧날이 산처럼 우뚝한
지금의 낮선 너가 아닌,
웃으면 눈동자가 실종되던
가느다란 실눈이 더 정겨웁고
나즈막한 콧방울이 더 편안했었지
가난한 마음으로 서로 마주보며
하늘의 축복을 빌던 고운 영혼들,
무지개 따라 흩어진 조각을 모아
마지막 날들을 새겨보는 모자이크는
가느다란 눈에 투명한 점하나 찍을 뿐
아무리 정성을 쏟아봐도 무채색일 뿐
그 시간 속에
나를 고이 접어 네 옆에 세우면
바싹 말라버린 허허로운 가슴에도
연민의 꽃무리가 촉촉히 피어오른다
아직도 난 왜
차가운 겨울 창가를 서성이며
네 곁에 나를 세워두는 걸까
난 아직도 왜
그 시간에서 자라지못하는 걸까
07/01/29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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