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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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멍석

샘터 표주박 2010. 3. 28. 21:16



 

"당신 내일은 파마나 하지그래" 엊그제 저녁을 먹고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남편이 내게 불쑥 던진 말이다. 그러고보니 파마를 한지 3개월도 넘었다. 단 한점 남았던 혈육인 오빠를 천국으로 보내고 온몸의 힘이 소진된것 처럼 기운없이 지낸 한달간이다. 주님 부활을 앞두고 어제 토요일부터 구역마다 단체마다 총 동원되어 본당 대청소하랴,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부활달걀 컨테스트'에 제출할 작품을 만드랴, 모두들 분주하다. 올해는 구역장 옷을 벗었다지만 여기 저기서 도움을 청하면 거절을 못하는 성격인지라 약을 먹어가며 이곳 저곳을 따라다니다보니 정작 내 머리에 신경쓸 여유도 없었다. 성지주일인 오늘, 본당 대청소를 마무리 하고 새구역장 루시아 자매와 집을 향해 걷다가 "내 머리좀 봐. 이러고 예수님 맞을 수는 없잖아. 머리도 부활준비해야겠어. 저 윗길에 있는 단골 미장원에서 파마하려구. 내일은 교육가야해..." "형님, 내 머리도 엉망이에요. 나도 해야 하는데..." 그러고보니 루시아 머리도 나처럼 쭉쭉 뻣었다. 부활 작품을 만드는데 몰두 하느라 그도 거울을 볼 여유가 없었으리라...^^ "루시아.. 단골 미용실 있어?" "아니요. 이사오고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그럼 나 따라와.. 저쪽 위에 교우가 하는 미용실이 있어.." "오늘하면 좋은데.. 돈을 갖고 오지 않아서... 어쩌나..." "걱정하지마. 내게도 있고 모자라면 다음에 준다고 하면 될거야..." 미장원에서 거의 4시간을 보내는동안, 여러계층의 여러 아줌씨들의 '토크 버라이어티'가 질펀하게 쏟아진다. 어디 그뿐인가. 내방객이나 손님들이나 먹을 거리를 주섬주섬 들고와 한상 벌여놓고 '포천 이동막걸리'까지 한잔 건넨다. 사양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싶어 우리들도 이야기 멍석에 둘러앉아 한잔 받아 마셨다. ...펑퍼짐한 사는 이야기가 판을 벌이는 사이... ...내 머리 웨이브도 이야기에 묻어 익어가고... 모처럼만에.... 하하 호호.... 웃어본 하루였다.
2010/03/28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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