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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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 할머니

샘터 표주박 2010. 12. 10. 20:48


 

홍헤레나 할머니를 신내 노인 요양원으로 보내드린게 벌써 3개월로 접어들었다. 복지시설에 입소하여 적응하는 3개월이 지나야 면회가 가능하다하기에 12월쯤에는 찾아뵙자고 했었는데 드디어 날을 잡았다. 목요일 10시 미사가 끝나자 야고버집에 하나둘 모여들었다. 레지나는 부동산 사무실을 비워두고 '나도 갈래요'하며 따라나선다. 이심 전심으로 할머니를 찾아 뵙겠다는 생각이 통했다. 할머니를 돌보던 자매님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만도 하건만 홍할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너도 나도 하느님이 '사랑으로 우리를 질기게 묶으신 것'이라며 한마디씩 보탠다. 6호선 봉화산역에서 2번출구로 빠져나와 직진 50m...... 하얀 건물이 보인다. 현관에 비치된 슬리퍼를 갈아신고 사무실 직원에게 '홍헬레나 할머니' 면회신청을 했다. '만남의 방'에서 20분 정도 기다리란다. 루시아 구역장이 잠시 나갔다오더니 할머님이 드실 과자와 음료수를 한아름 내려 놓는다. 나는 가방속에 챙겨간 떡을 꺼냈다. 눈깜짝할 사이에 한상 차려졌다. 드디어 할머님이 건장한 체격의 남성 봉사자가 미는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신다. "우 와....!!! 우리 할머니....!!! 20년은 젊어지셨네....!!!" "이게 누구야!!! 가만있자...내가 보고 싶어하는... 미운사람들이구나!!!" "할머니! 혈색도 좋으시고 피부에 윤기도 흐르시고 20년은 젊어지셨어요" "머리도 컷트하시고 멋쟁이가 되셨어요." 서로서로 한마디씩 하며... 뺨을 부비고 끌어안고... 뽀뽀하고... 야단 법썩이다. 우리가 보살필 때 보다 옷차림도 더 단정해 지셨고 두뺨엔 뽀얗게 살이 오르셨다. 그리고 몸에서는 지린내 대신 향긋한 향내가 난다. 이름하여 사랑의 냄새....^^ "할머니방에 몇분 같이 계세요." "다섯명인데 한사람이 너무 무식해서 나하고는 상대가 안돼. 난 무식한사람 싫어하잖아." "네.. 할머니는 조용하고 교양 있으신데... 우리 할머니 힘드시겠다..." "그런데... 어딜가나 그런사람은 있게 마련이야. 그러려니 해야지..." "맞아요... 맞아... 그러려니 해야 해요." 할머니는 처음부터 '무식한 사람'하고는 한방쓰기 싫다고 걱정하셨다. 요양원 봉사자들이... 전문가 답게... 할머니를 많이 달래면서 이해시켰나보다. ...어딜가나 그런사람은 있다고.. 그러려니 하라고.....^0^ "주무시는 방은 온돌방입니까 침대입니까.." 나는 그것도 궁금했다. 기왕이면 온돌방에서 등이라도 지지면서 기거하셨으면 해서다. "침대방이야. 불편하지 않아" 그리고는... "내가 재산이 많거든. 살림도 많고 벌려놓은 것도 많고. 그거 모두 어떻게 됐는지. 그거 누가 다 가져갔는지 걱정이야..." "걱정하지 마세요. 며느님이 잘 돌볼겁니다" 박정희 정권 때... 궁정동 40번지 그 너른집을 빼앗겼다고... 늘 말씀하셨다. 우리가 본 할머니 모습은 쓰레기 더미에서 웅쿠리고 계셨건만 있지도 않은 재산 걱정에 이밤도 잠을 못 이루신단다... 몸은 무의탁 노인 복지시설에 계시면서도 '궁정동 낙원'을 맴도는 치매에 묶이신 불쌍한 홍 할머니 영혼.... 루시아 구역장이 늘 간구하던 기도, '마지막 순간까지 품위를 잃지 않는 삶이 되시기를' 다시한번 주님께 기도했다. 올 한 해, 주님께서 기특하게 여기실 일 하나를 궂이 들자면 가족에게서 버려져 아사직전까지 내몰렸던 홍 헬레나 할머니를 주님사랑으로 돌봐 드렸고 주님의 도움으로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신내동 복지시설로 모신 것' 이다. 대림 2주간을 보내며 연자색 촛불이 켜지고 아기예수님 뵈올 준비로 헤레나 할머니를 찾아 뵈오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신내 노인 요양원 입소'는 하늘에 별따기라는 데....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을 따서 홍헬레나 할머니 머리에 달아드린 기분이다. 2010년은 홍헬레나 할머니 덕분에 은총의 한해였지 싶다...
2010/12/10
-표주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