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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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 또 실수

샘터 표주박 2013. 7. 10. 21:28

 

 

 

 

"아우님~ 소창한필, 함 싸개 청홍보자기 큰 것, 패물함 싸개, 청홍보자기 예쁜 것, 기러기 한쌍과 싸개, 그리고 오방주머니까지 구입해서 택배로 보내주세요."

"네.. 제가 알아서 다 해 드릴께요"

 

그녀...

이곳 블로그에서 댓글로 가끔 만나는 아우다. 2호선 신림역 부근에서 '고전 의상실'을 운영하는 블로그 친구다. 블로그 이전 칼럼때부터 '언니'와 '아우'로 만나 소통하였으니 연을 맺은지 15년쯤 되나보다.

 

서울대 교양강좌를 나가면서 몇 번 조우했었고 그때마다 작가님들을 대동하여 융숭한 대접도 받곤했었다. 뿐만아니라 내가 가장 아끼는 멋진 모시옷도, 구정때 종갓집 맏며느리 답게 입으라고 실크를 손수 누벼 지은 황금색 개량한복 저고리도 선물로 보내주었다. 그당시 난 보답할 길이 없어 장가들 기미도 없는 아들... 때가되면 입겠다는 생각으로 짙은 쑥색 '예복'을 미리 맞추기도 했었다....^0^

 

"아우님.. 신부 노리개도 옷에 어울리는 걸로 골라줘요~ 나보다 보는 안목이 있잖아요. 내 것도 안사돈 것도 3개 넣어주세요...."

"네.. 그러지요. 신부님 것은 이미 생각하고 있었어요.

"대충 얼마나 나갑니까?

"가격은 제한이 없어요. 비싼것은 아주 비싸요."

"그럼 알아서 적당한 걸로 넣어주세요"

"네~~~~~"

 

어디 그뿐이랴...

한복도 유행을 타는 지라 에전에 미리(?) 맞춰두었던 쑥색 한복 저고리의 넓은 소매 폭도 줄이고, 옷고름 넓이도 길이도 요즘 스타일로 줄여달라고 '리폼'을 주문했다. 혼배 주문이 많아 이미 6월말 작업까지 꽉차서 새로운 주문을 받지 않는다고...  우리 혼례는 7월이니 받아달라고 졸랐었다.

 

이렇게 하여..... 드디어 한복을 찾는 7월5일이다. 예비신부도 입어보고 나도 입어보고 여기는 어떻고 저기는 어떻고.... 부산을 떨었다....

계산을 하는데... 추가로 주문한 것이 많아서 아우님도 추가금액을 다 외우지 못하는가 보다....

대충.... '5만원인가?. 그것만 내세요'... 그런다.  

 

난.... 5만원만이 아닐거라고 옥신각신 하던 차에...

아우님이 꺼내 보는 계산서를 얼른 빼앗아 보니 9만 3천원이다.

아우님은 난감해 하며... 그걸 다 받을 수는 없는 거란다.

 

"그러면 우수리 3천원만 빼고 9만원 받으세요..."

 

억지로 돈을 떠맡기다 싶이 하고는... 황급히 아우님 한복집을 나섰다.

며늘아기와 지하철 역 부근 다과점에서 차를 마시면서 내역서를 꺼내 대충 살펴보니 노리개 값이 빠진 것을 발견했다. 이를 어쩌누.....

 

"아우님.... 노리개 값이 빠졌어요... 이를 어쩌나.... 내가 주문했으니 내가 계산해야 하는 거였는데~~ 차근차근 계산했어야 했는데... 계산서를 빼앗아 아래 금액만 보느라 노리개를 미처 생각못했네~~~"

 

"노리개는 선물로 한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수화기에서 그녀 목소리가 흘러나온 말이다.

 

집에오니 저녁때다. 秦씨네 3형제(작고하신 시아버님은 3형제다)중에 우리집은 삼형제 장손이다. 이 세집이 공교롭게도 같은날(7월 13일) 거의 같은 시각에 혼사가 잡혀 온 집안이 시끌벅적이다.

더위가 시작되는 초복날!

그날이 그렇게 좋은 날인가보다. 세째집에서 내일(7월 6일토요일) 큰 시누님과 가족들이 미리 인사를 온다 하고, 우리 친시동생동도 의논하러 온다하고... 친척 맞을 준비도 해야 한다.

게다가 토요일 오후엔 교우 혼례도 있고.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다...

 

"안와도 되는데.... 굳이 오시려면 10시 이전에 오세요~" 했다.

 

손님 치루고 오후 결혼식 참석, 남대문 시장도 돌고... 저녁 10시가 훨~씬 넘어서야 어제 받아 온 한복 box를 열어볼 수 있었다. 

열어 보는 순간... 앗!....

새 한복 위에 리품한 저고리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이를 어쩌나...  이것도 깜빡했네!!'

 

저고리 품도 소매도 옷고름도 다 리폼하느라 공들였을 텐데.... 이걸 미처 생각을 못했다니... 이 일을 어쩐다... 통화를 하기엔 밤이 깊었고, 급한김에 우선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는 차곡이 개켜진 한복을 꺼내보는데... 이번엔 치마폭에서 흰봉투가 툭 떨어진다.  

 

祝 結婚........

이건 또 뭐야... 아이고야.... 이럴 수는 없는 거다. 할 수 없이 문자를 또 보냈다.... 이게 뭐냐고....^^

 

이 일을 어쩌면 좋을꼬..... 결과적으로 아우에게 민페만 끼졌다.........^^

 

 

2013/07/10

 

~표주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