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오늘이 마지막이듯

아름다운 향기

샘터 표주박 2009. 11. 4. 12:51




눈물의 이유 - 마종기
하느님, 
나를 이유없이 울게 하소서.
눈물 속에서
당신을 보게 하시고
눈물 속에서
사람을 만나게 하시고
죽어서는
그들의 눈물로 지내게 하소서.
20년도 더 전에 쓴 <기도>라는 제목의 시다.
짧아서 그랬는지 많은 이들이 좋아해 주었고 지금은 돌아가신 아동문학가 어효선 
선생님이나 시인 김구용 선생님이 이 시를 붓글씨로 써 보내주셔서 나는 아직도 
그것을 귀하게 간직하고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눈물이 많은 편이었다. 몸이 너무 아프거나 고통을 참기 어려워 
올어본 기억도 없고, 무섭거나 힘들거나 억울해서 울어본 기억도 별로 없다. 한데 
그저 그런 영화나 텔레비젼드라마를 보다가 슬픈 장면이 나오면 자주 눈물을 흘리고, 
꼭 명곡이나 뛰어난 고전이 아니더라도 음악을 듣다가 또는 글을 읽다가 감동해서 
울기를 잘한다. 오죽 못났으면 내가 쓴 시를 다시 읽으며 눈물을 흘리겠는가.
나는 내가 쓴 시 중에서 10여편은 대중 앞에서 낭독하지 못한다.
그 시들을 읽다가 눈물이 나서 읽기를 중단한 적이 있어서다. 같은 이유로인해 
부르지 않는 노래도 있다.
그러나 내가 가장 자주 눈물을 흘리는 곳은 우습게도 성당 안이고 미사 중이다. 
5년에 한 번 정도 잠시 귀국했던 60년대, 70년대나 80년대 초에는 고국의 성당에 
들어가 미사 시작 전 성가대 연습 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그병은 차츰 
많이 나아졌지만 요즈음도 성찬 전례의 영성체 예식중 '주님의 기도'를 노래로 바칠때 
눈물을 자주 흘린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주님의 기도'를 끝까지 노래한 적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눈물 때문에 번번이 노래를 중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감사하는 마음이 가장 크고 돌아가신 혈육의 정 같은 것을 그 이유로 말할 수도 
있겠지만 미사중에 번번이 눈물을 흘려 주위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 내가 사내답지 
못하고 의사답지 못하다는 자격지심을 털어낼 수가 없다. 감정표현이 너무 헤픈 것이 
아니냐고 놀림을 당할까봐 눈치도 보이고 정신과 의사가 옆에서 본다면 '정서불안'
이라는 진단을 내리지 않을까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언젠가 눈물은 진정한 용기이고 겸손이라는 글을 읽게 되었고, 또 '눈물은 
영혼의 부동액' 이라는 글을 읽은 후부터 나는 그말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면서 
내 자격지심에서 천천히 벗어나기 시작했다.
부동액은 겨울철에 자동차 엔진을 얼지 않게 하기위해 넣는 액체다. 영혼을 자동차 
엔진에 비유하는 것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영혼이 늘 차거나 얼어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기 힘든 사람, 나보다 못한 이를 외면하고 이기심이 산같이 많고 이유없이 
남을 쌀쌀하게 대하고 비하하려는 마음과 교만이 모두 얼음같이 차가운 영혼에서 
연유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영혼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한 부동액이 바로 눈물
이라면 인간에게 얼마나 귀한것이 겠는가?
내가 따뜻한 영혼을 가지고 한생을 살고 싶다면 남보다 많이 흘리는 눈물을 부끄러워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꼭 무슨 이유가 있는 눈물
보다 막연히 그냥 흘러내리는 눈물이 마음에 다가온다. 외로워서, 슬퍼서, 또 누가 
보고싶어서 눈물이 나기도 하지만 성당에서 흘리는 눈물은 대부분 감사하는 마음이 
사무칠때 인것 같다.
눈물을 많이 흘리면 눈이 우선 깨끗해지지만 최근의 연구로는 몸 안에 엔도르핀 분비가 
많아지고 정신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니 눈물을 흘리기가 정신과 육체를 모두 건강하고 
생기나게 도와준다는 말인 것 같다. 공연히 부끄러워만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 내게 
큰 위안이 된다.
                                               -아름다운 향기 중에서...

 

 

‘야곱의 우물’ ‘아름다운 향기’란에 연재된 글로, 작가 한 사람 한 사람의 고유한 일상 가운데 이웃을 만나고 하느님을 체험한 깨달음이 담백하고 쉬운 문체에 담겨 있어 누구나 다가갈 수 있다. 사람들에게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희망과 사랑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며, 어떻게 하면 더욱 충만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박재동 선생의 멋진 캐리커처와 허명순 수녀의 그림이 편안함을 더한다. ‘지금까지 그토록 힘들게 손에 움켜쥐었는데 아까워서 어찌 놓을 수 있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어렵고도 어렵다. …벌기는 어렵지만 쓰기는 쉽고, 지갑을 채울수록 마음이 궁해진다. 그러나 비울수록 마음이 커진다. 지갑을 채우면서 마음이 커지는 꼼수는 어디에도 없다. …사람은 자신이 바라는 것을 모두 가질 수는 없지만, 자기가 가진 것을 모조리 포기할 수 있도록 태어났다. 포기가 소유보다 더 쉽다. 그래서 대단한 부자였던 성 프란치스코 처럼 우리도 결심만 하면 하느님 품속으로 뛰어들 수 있고, 구원도 가능하다’ (내용 중에서-유홍종, ‘피터 팬이 된 아이’) 이 책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희망과 위로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며, 어떻게 하면 더욱 충만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기는 고백’이 이 책의 주된 키워드로 공선옥 마종기 민병숙 박범신 박완서 안영 유홍종 작가가 사람과 자연, 사랑과 기도등에 대해 쓴 단상 28편을 담고 있다. 저 자: 공선옥, 마종기, 민병숙, 박범신, 박완서, 안영, 유홍종 판 형: 130*190(양장) 면 수: 192쪽 가 격: 10,000원 발행일: 2009년 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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