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라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라
언제부터 길이 따로 있었던가
참꽃 따러 가거나
멧돼지 잡으로 가거나
서늘한 방구들 데울 땔감을 구하거나
깔비(땅에 낙엽으로 떨어진 솔잎)를 훑거나
산삼 캐러 가다 생겨난 길이 아니더냐
100m 출발선에 서서 준비땅하여
생겨나거나 자고났더니 천지가 바뀌는,
그런 해깐하게 생겨난 것이 아닌
조금씩 오가며 비에 젖거나 바람에 휩싸이거나
머리에 피도 나지 않은 연인들,
혹은 바람난 아저씨 아줌씨가 연분 키우며
동네 어른 눈 피해
만든 길이 아니더냐
그러니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라
처음 내딛을 때
마르지 않은 이슬이 바지를 젖시고
실날 같은 빛줄기 잡고 악착같이 살아가는
땅으로만 기고 있던 들풀들이 발목에 채이고
간혹 날세운 거친 가시들이
그대 가슴에 파고들더라도
하루 이틀
그렇게 세월의 발자국 새기다 보면
마음 간 걸음 만큼
그들은 길을 내어줄 것이다
길을 내어줄 뿐 아니라
그대 만나기 위해
밤마다 시를 읽거나 수필집을 읽을 것이며
그렇게 분주한 밤을 보내고서도
새벽이면 기꺼이 몸 놀려
머리를 감고 얼굴에 분탕질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대가 다가오는 소리
저기 멀리 조금씩 들릴 것 같으면
자신이 내어놓을 수 있는
가장 이쁜 모양새와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그대의 옷깃에 향기로운 풀내음 심어놓을 것이며,
그대가 받아들일 만큼의 얘기를
가슴에 또박또박 새길 것이다
들이나 산에 조금만 다가가기만 하면
나뭇잎과 풀잎들이
예행연습을 완전무결하게 마친 모습으로
감동적으로 하늘거리고
사르르 싸르르 노래 부르는 것이
바로 그 산증거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러니 그대여!
길이 없다고 탓하지 말라
길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다
애초부터 일렬종대로 서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길은
새악시처럼 얼굴에 연분홍 빛 지니고
누군가 마음으로 다가와
자신의 가슴에 잊어지지 않을
자국 하나쯤 새겨줄 것을
이미 그대가 기억하기 한참 전부터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그대여
용기 내어 첫발을 길 아닌 길위에 얹어보라
그 순간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살아온 내음만큼의
길이 만들어 질지니
그러니 그대여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라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