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아들에게 쓰는 편지

The Passion of the Christ

샘터 표주박 2004. 4. 6. 00:43


 
안토니오야~
연휴 첫 날 밤. 고마웠어. 
한 사나흘 됐지? 감기에 시달린지. 병원에 갈 시간도 낼수 없이 바쁘면서도, 
가슴패이는 기침을 하면서도, 엄마가 행여 밤길에 고생할까봐 새벽 두시에 
메가박스까지 차를 대령해 주니 동행한 사람들 칭찬이 자자하더구나. 
안토니오야~  고맙다^^*
기억나니?
"영화 어떠셨습니까?" 너의 물음에 엄마가 아무말도 못했던 거..
영화 관람을 마치고 행렬을 따라 나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엄마와 같은 
심경이었을 게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몇년 전 김보록 신부님의 "예수 수난사" 사순특강을 들으며 
-20년전 원고를 반복하시니 지루하다
-느리고 어눌하신 언어전달이 오히려 분심든다. 등등...
불만을 토로했던 기억들이 죄의 덩어리로 뭉쳐져 가슴을 짓누르고...
이번 사순동안 하느님과 약속했던 40일간의 "금식"과 "십자가의 길"에서
저토록 고통당하시는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다는 자책.
그저 십자가의 고난을 어렴풋한 상상으로만 그려내었던 내게 이 영화를 
통하여 예수님이 우리들을 위해 얼마나 고통스러운 죽음을 감내하였는지, 
그것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 느끼게 하는 영화였단다.
한마디 더 부연하고 싶다면
단지 보는 영화가 아니라 예수님의 고난을 경험하고 그것이 얼마나 
엄청난 값을 치루신 것인가를 느끼게 하는 영화였다.
죄의 문제를....
당신이 사랑하는 인간이 감당하도록, 두실 수 없는 그 크신 원의를, 
당신 아들의 패배자적 messiah의 순간을 허락 하심으로서까지- 
인간에 대한 당신 사랑을 확인시키기 위해 선택하신 십자가의 길. 
그 처절함을 짊어지고 가셔야만 했을 형벌의 길을 함께 걸었다고나 할까.
이해 하겠니? 조금은 거창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이유를... 
하나 더....돌을 던지며 침을 뱉고 욕을 하며 
"십자가에 죽여라"고 외친 군중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바라보았기에 
더욱 입을 다물수 밖에 없었다. 
아.. 저토록 고행의 14처를 걸으셨구나라는 확증으로 
영상의 과장 여부와 정도는 중요치 않았어. 논평이 필요한 영화는 더욱 
아니고. 오로지...그것은 "Fact" 로 뇌리에 박혀왔다. 
골고다 언덕 위에서 예수는 십자가에 못박혀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사탄의 
마지막 유혹에 직면하지만, 
-그의 아버지가 그를 버렸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바로 그것-
하지만 예수는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어머니인 마리아를 바라보며 
그녀만이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고 숨을 거둔다. 
"모든 것이 완성되었다."
"나의 영혼을 당신 손에 맡기 나이다."
예수가 죽는 그 순간, 자연의 모든 것이 돌변한다. 
지금까지 보아온 영화 중 예수의 최후순간을 가장 강렬하게 그린 영화였다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본 날, 성지주일 교중미사  퇴장성가로 
"보았나 십자가의 주님을" 부르며 펑펑 쏟아지는 은총의 눈물을 맛보았단다.
보았나 십자가의 주님을 보았나 못박히신 주님을
오- 오- 오-  석양의 방울지던 선혈- 선혈- 선혈-
보았나 매달리신 주님을.
보았나 못에 뚫린 손과 발 보았나 뼈드러난 손과 발
오- 오- 오-  석양의 방울지던 선혈- 선혈- 선혈-
보았나 아파하신 그고통.
보았나 싸늘하게 숨지심 보았나 창에 뚫린 심장을
오- 오- 오-  석양에 방울지던 선혈- 선혈- 선혈-
보았나 신음중에 숨지심.
안토니오야 
꼭 보아야 할 영화이니 기억해 두길 바란다.
시간이 허락되면...^^*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