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야~
스테파노야~
지난 8일 아침...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에 너희들 놀랐지?
실은 아버지가 밤새 무지 고생하셨어.
저녁을 드신 후 자리에 들었는데 자정이 지나 상복부 통증을 호소하시니 엄마가 할 수 있는 응급처방이라는 게 뻔하지 않겠니. 활명수와 청심환과 손가락 발가락에 피를 내어 혈액순환을 돕는 일과 아픈 부위를 살살 어루만져 주고...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것 뿐...
늦게 들어와 잠이든 너희들까지
잠을 설치게 할 수는 없기에 조용조용히...
응급실로 갈까?
몇번이고 망서리다가 날이 밝기만을 기다렸던 거야.
안민병원은 차를 동원 할 거리도 아니기에 첫번째로 접수하여 원장님이 출근하자마자 진료를 받을수 있기에 엄마가 급히 병원으로 가면서 스테파노에게
"아버지를 모시고 오너라" 일렀던 거지.....
그런데 이름이 첫번째로 호명되었는데도 아버지를 모시고 오는 네 모습이 보이지 않아 얼마나 당황했는지 몰라. 조급한 마음에 병원을 뛰쳐 나와 골목을 접어 들었더니 아버지 혼자 구부리고 걸어오시더구나.
순간...........
"인정머리 없는 녀석! 괘씸한 녀석 같으니라구!"
너의 말 들어보지 않아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지...
물론, 아버지가 출근하라고 했겠지만.....그래도 그렇지.......
아버지가 혼자 걸을 수 있다고 우기셨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아버지 말을 따르지 않는 것도 현명한 도리거든.
이 녀석아!!! 알겠냐!!!!
너도 경험해 보았겠지만 몸이 아플 땐 사소한 한 마디에도 서운한 법이거든.
만약에.....이댐에....빗말로라도....
"그때...애비 혼자서 병원갔다..."
이러면 어쩌니? 글쎄다...혹 누가 아니?
하하하~~
혹여 그런 말씀 하시더라도...삐치지 말그래이.... 알겠지?
실은 아버지의 발병은 예견된 것이었기에 엄마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
물론, 아버지와 고통을 함께 하느라 한숨도 못잤지만.
올것이 왔구나!!! 그리 생각했었어.
고통스러워하는 아빠의 배를 만져 주면서
위가 부었으니 위염일거라고... 심하면 궤양일 수도 있겠다고...
그러면서도 알콜로 인한...술병이라고 예견을 했지....ㅎ
두번째로 의심되는 부분은 담낭염.
담낭에 가득찬 결석이 탈을 일으켰을 수도 있으니
예전같으면 큰 수술이었지만 요즘은 내시경으로 간단히 떼어내면 되니까
크게 염려할 건 없다고 위로도 해주고..
하지만 최악의 경우도 예비해 두어야겠기에.
콜레스테롤이 심혈관을 좁혔을 수도 있다고...
가슴(심장)아래부분에 통증이 있는 걸로 미루어
60%는 위통일 가능성이 있고
30%는 담석증....그리고
10%는 심근경색....이 의심된다고...겁도 주었지.
엄마가 의사도 아니면서....그치?...
하하하~~~
엄마는 이런때 일수록 침착해 지거든.
아버지 병치례를 30여년 하다보니 노하우가 생겼거든...하하하~
119를 불러 응급실행도 고려하여 보았으나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볼때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던 거야.
아버지는 예전에 입원했던 '대학 병원'으로 갔으면 하는 눈치더구나.
하지만 대학병원은 아버지 간염치료 때 촬영해 둔 각종 자료들이 시효가 지나 이미 폐기 되어 검사를 하여도 비교할 자료가 없다는게 꺼림직하고.
안민엔 각종 병력이 기록된 차트도 있고. 작년에 초음파와 간암 촬영도 했으니
다시 검사하더라도 일년사이에 어느부분이 어떻게 나빠졌는지 비교검토가 가능할 뿐더러 우리집 가정의이니 일단 안민박사 진료를 거쳐 큰 병원엘 가자고 아버지를 설득 했던거야.
여러가지 검사를 거친 진단은 "정상"
'간암. 췌장암. 위암. 심장. 당뇨..콜레스테롤...등 병적인 소견 없음!'
......위염이 심할뿐...."이상소견 없음"
오늘 입원 4일째...
아들들아.....걱정 말그라...아버지 건강 첵크는.....염려~~~~뚝~~~
전담 수간호사가 건재하잖니....하하하~~~
귓속말~~~
(아버지는10여일 전부터 엄마를 속였어. 뭘 속였나고?
엄마 몰래 회사근처 내과에 다녔다는 구나. 며칠 전 부터 아프셨다는 야그...
글씨...그지경인데도 술을 계속 마셔댔으니.....쌤통이다!!! 그치?)
하하하~~~
엄마가~
[2003. 10. 11 02:20: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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