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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마지막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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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표주박 2006. 10. 26. 14:06
한손엔 인술 한손엔 악기… 수단을 어루만지다

‘의대생에서 아프리카 선교자로’ 이태석 신부


“수단에서는 아침에 눈 떠서 잘 때까지 무조건 퍼줘야 합니다. 진이 빠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바로 이 사람들이 예수님이 말씀한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들’이란 생각에 또 하루를 시작합니다.”


지난 2001년 12월부터 아프리카 수단 남부 톤즈 지방에서 의료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이태석(44) 신부(살레시오회). 이 신부는 의과대학(인제대) 인턴을 마치고 군의관으로 제대한 후 사제의 길을 선택한 이색 경력의 소유자. 그가 수단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로마 살레시오 교황청대학에 유학하던 중 방학을 이용해 케냐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 29일 '작은 음악회'에서 자신도 직접 연주할 예정인 이태석 신부. 그는 기타를 들더니 즉석에서 요들송을 멋지게 불렀다. /김보배 객원기자iperry@chosun.com


“군의관 시절부터 막연히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케냐에 머물던 중 수단에서 활동하는 한 신부님의 권유로 수단 현지를 방문한 후 결심을 굳혔습니다.”


20여 년간 계속된 내전으로 제대로 먹지도, 배우지도, 치료도 받지 못하는 수단 사람들의 상상 못할 정도의 비참한 삶을 목격한 것이 계기가 됐다. 2001년 6월 사제서품을 받은 후 그 해 말 정식으로 살레시오회 소속 한국인 신부로는 처음으로 수단에 파견돼 정착했다.


반경 100km 이내에 50만 명 정도가 살지만 의료·교육시설은 전무한 곳이 톤즈였다. 말라리아, 설사병, 에이즈, 한센병 환자들도 즐비했다. 자연유산 후 출혈이 멎지 않는 산모, 결핵으로 배가 산만큼 불러오는 소년, ‘차라리 한센병에 걸려 보조금을 받았으면 하는’ 사람도 있는, 악취 가득한 움막뿐이었다. 5년의 세월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허리를 90도로 굽혀야 들어갈 수 있던 옹색한 ‘움막 진료소’를 시멘트와 벽돌로 방 12개짜리 번듯한 진료소로 새로 지었다. 전기도 없는 곳에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해 우선 시급한 백신용 냉장고를 가동시켰다. 진료소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자 현지 청소년들을 단원으로 브라스밴드를 만들었다. 이 신부 스스로 기타, 피아노, 클라리넷, 오보에 등 악기를 다룰 줄 알았던 것이 도움이 됐다. 환자 진료 틈틈이 아이들에게 수학도 가르치고, 밴드 연습, 축구 배구 농구를 함께 하며 뒹구는 사이 점차 보람도 느끼게 됐다.


그는 “현지인들은 순박하면서 거친 면도 많고 감사 표시하기를 수줍어하는 등 문화가 너무 달라 오해도 많았다”며 “그러나 이젠 그들의 배우고 싶어하는 열의를 보면서 보람과 감동을 느낀다”고 말했다.


▲ 이태석 신부가 수단 어린이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이태석 신부 제공

이 신부의 활동이 지난 2003년 말 한 국내 방송사 다큐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지자 방송 직후 인터넷을 통해 후원회(‘수단 이태석 신부님’·cafe.daum.net/WithLeeTaeSuk)가 결성되기도 했다. 현재 회원은 약 1100명. 지난해에는 모교인 인제학원이 주는 제7회 인제인성대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 신부가 이번에 귀국한 것은 내년 4월 문을 열 예정인 고등학교 개교 준비 때문이다. 장차 현지인들을 위한 라디오방송 개국도 꿈꾸고 있다. 후원회원들은 오는 29일 낮 서울 이촌동 대한의사협회에서 ‘수단 어린이 돕기 작은 음악회’를 갖는다. 이 신부도 이날 피아노, 기타, 클라리넷을 연주할 예정이다. 1만원짜리 티켓 4000여장이 팔렸고, 신한은행 등이 후원금을 지원한다.


이 신부는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기에 오히려 하느님이 뿌려놓으신 씨앗의 흔적을 느끼게 된다”며 “교육을 통해 그들이 용서와 예의를 배우는 모습을 보는 게 나의 보람”이라고 말했다.


김한수기자 hansu@chosun.com







▲예수님과 성모님과 티켓

신부님 누나가 저희 본당 신자십니다.
누나를 통해서 티켓 몇장을 구입하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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