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을매나 갈등 했을 꼬..

샘터 표주박 2004. 10. 4. 01:04
추석전 날, 차례 준비로 분주한데 전을 부치던 동서가 걱정스레 말문을 연다 "형님. 내일 놀라지 마시라고 미리 말씀드리는데요 H가 콧 수염을 길렀어요. 아들과 마주칠 시간이 없어서 아버지는 수염을 기른줄 모르고 있는데 내일이 걱정이네요. 집안에 유래가 없는 이상한 녀석이 생겨났어요" ".......?????" 개성이 강조되는 세상인데 콧수염을 기르면 어떠냐고 태연해야 할지. 얼마나 걱정되느냐고 위로를 해야 할지 한 순간 혼란스러 웠다. 내일은 명절이니 아침에 차례를 지내려면 큰집에 와야하는데 고루한 시아주버니는 두말 할 나위도 없고 조카들의 시선도 의식 하지 않을 수 없으니 동서로서는 고민을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지난 봄이었던가? 인터넷판 어느 신문에서 '당신의 얼굴이 2% 부족하다면 수염을 길러보라'는 기사를 읽으며 그저 흘러가는 기사로 요즘 세태를 옅보았을 뿐 나와는 관계가 없는 까십 정도로 여겼는데 몇몇 연예인 이미지에 조카의 얼굴을 포개어 본다. 일찌기 젊고 세련된 감각과 카리스마가 강조되는 패션계통이나 IT산업의 CF등..'당당한 남성미'를, 때로는 '귀여운 이미지'로 젊은 층의 독자나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으려고 갖가지 멋진 포즈로 시선을 유혹하는 세상인걸...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주연급 탈렌트의 매력적(?)인 콧수염이 화제가 되더니 그 여파가 우리집안 까지 파고든 것일까... 인류의 역사를 들추지 않아도 남성의 상징인 수염을 기르는 이들은 수없이 많다. 인중을 온통 뒤덮은 독일의 철의 재상 비스마르크를 비롯하여 강인한 카리스마의 힛틀러에 이르기까지. 수염은 남성의 신비를 간직해서 일까. 히틀러의 카이젤 수염도 어떤 얼굴을 만나느냐에 따라서는 느낌이 다르다. '챠리 차프린 얼굴'에서 수많은 웃음을 지어냈고, 때로는 삶의 애환을 희화하기도 하였다. 근자에는 스포츠 스타 데이비드 베컴. 가수 브래드 피트 등이 그네의 특유의 분위기로 매력 업그레이드 되기도 하니 말이다. 요즘은 수염을 자유와 세련미의 코드로 읽는다고도 한다. 그리고 기성 세대에 대한 '세련된 저항'이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자유직과 전문직, 그리고 예술인들이 주로 수염을 기르는 것도 이런 이유가 강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포츠 스타도 연예인도 아니고 터프하게 보여 저항의 쎈스를 동원할 이유도 없는, 평범한 범인의 범주인 조카가 여성스러워지는 남성성의 회복으로 수염을 기르지는 않았을 터인 즉... . . 다음 날 아침 동이 틀 무렵, 작은 집 가족들이 현관에 들어선다. "큰 어머니. 안녕하셨어요?" "새벽부터 오느라고 힘들었지.????" 동서가 환하게 웃으며 눈짓을 한다. 주방으로 떠밀려온 내게 귓속말로 "어제밤에 집에 갔더니 다른날 보다 일찍 들어와서 면도를 했더라구요. 내 기도가 통했나 봐요. 호호호..." . . "에구... 그랬구나... 명절이라 큰집에는 가야하고. 수염은 길렀고. 을매나 갈등 했을 꼬!" . . 'H야.... 다음 제사 까지는 마음놓고 멋진 사나이가 되그래이!'

04/10/04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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