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으로 들어설 무렵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
중년으로 넘어선지도 오래되고보니 일상의 만남의 자리도 반갑기만 하다
식사가 끝난 후 동석한 분들께는 눈인사로 신고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마주친 눈과 눈. 그 분도 바쁘신 일정으로 인하여 연회장을 나섰고 우린
빗방울이 한두방울 후둑이어도 이런 저런 일상사에 몰두하며 걸었다.
어느틈엔가 우리의 발길은 전철역사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어머나. 벌써 여기까기 걸었네"
그 분은 하행선, 나는 상행선 열차를 가다리는데 핸드백을 급히 여시더니
청색으로 곱게 포장된 작은 꾸러미를 내 손에 쥐어 주신다.
"오늘 만나면 주려고 했는데 하마터면 잊을뻔했어.미국에 갔을 때 기념으로
사왔는데 글 쓸때 문진으로 쓰면 좋겠다 싶어서..."
꽤나 묵직하다. 이렇게 무거운 것을 그 먼 곳에서, 핸드백에 넣고 오시다니.
그 분의 마음의 무게가 느껴진다
사람은 다 같은 사람이지만 바람보다도 가벼운 사람도 있고, 돌 보다 무거운
사람도 있다. 이말 저말 참지 못하고 뱉어버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만고 풍상을 다 겪으면서도 묵묵히 물 아래 고요히 내려앉아
풍파를 일으키지 않고 자기 자리만을 지키는 그런 사람도 있다.
동글한 돌맹이에서 다정다감한 그분의 미소와 소박한 마음씀이 담겨진 사랑의
무게가 이 글을 쓰는 나를 바라보며 윙크를 보낸다.
그 분의 미소처럼 따스하고 포곤하다.....^^*
04/08/30
-표주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