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아들에게 쓰는 편지

또 한번의 가을 날이

샘터 표주박 2007. 11. 19. 00:54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안토니오야... 스테파노야...^^ 지난 토요일, 저녁나절에 흩뿌린 빗줄기는 며칠동안 흠뻑 취했던 '만추 서정'에 찬바람을 뼛속깊이 불어 넣고 가로수들도 하나 둘, 무성했던 지난 날의 무게를 줄여 나목(裸木)으로 변해가고 있구나. 11일과 14일, 아버지와 엄마는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 대공원 나들이를 하였다. 아버지께서 병원 생활하신지도 두달 남짓 되었고, 만산홍엽으로 갈아입은... 처절 하리만치 아름다운 계절에... 화답도 할 겸, 답답한 병실을 벗어나 가까운 공원 산책을 하였단다. 느린걸음으로 허리를 펴고 10분 걷기도 힘든 아버지인데 대단한 용기를   내였지 싶다.

 

'잎새를 털고도 한 점 흔들림 없는 만추의 나무, 그를 닮고 싶다'고 어느작가는 말했지만 가을을 바라보는 대부분 사람들의 바람이 다 그러하지 않을까? 입동을 지났으니 겨울로 접어들었음이 분명하고 작은 바람결에도 우수수 떨어져 딩굴며 낙엽끼리 몸을 부대는 가을날의 쓸쓸한 서정이 우리 살아가는 삶의 여정같아 ......가장 순수한 시간속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가........ 나도 낙엽이 되어, 투명한 영혼이 되어, 애달픈 상념에 젖어 보기도 하였단다. 표현이 없는 아버지의 '가을 단상'도 그러하였으리라.........^^ 사고 후유증으로 부터 자유로워지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인내가 필요하겠지만, 아버지의 완전한 회복이 우리가족 모두의 바람인만큼 산책시간을 늘려 예전처럼 가슴을 펴고 거침없이 활보하실수 있도록 운동량을 늘려야하겠기에 엄마의 일과는 온통 아버지로 시작하여 아버지로 마감을 한다해도 과언이 아닌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버지가 드실 것, 필요하신 것 챙겨서 아침 8시 식사시간 5분전에 병원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낮에도 만사 제치고 점심 배식시간인 12시에 병실문을 들어서고, 저녁에도 식사시간 5시에 어김없이 아버지의 안색을 점검하고...짠...하하하... 아들아... 아버지는 꼭 해야 할 말도 품고만 사시는 분이시라는 거... 그리고 칭찬에도 감사에도 인색한 분이시라는 거..... 너희들도 익히 잘 알고 있지? 그간 내식은 않으셨지만 너희들의 효심에서 위안을 삼으시는 모습이 역력하셨단다. 그토록 과묵한 아버지지만 엄마에게만은 아침 8시 식사때마다 너희들 아침은 어쩌고 이시간에 또 왔느냐고... 아이들에게도 신경쓰라고... 매번 똑같은 말을 되뇌이신단다. 아버지 수술 직후 엄마가 자리를 비웠을 때, 너희들 형제가 호흡곤란으로 무통주사도 맞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시는 아버지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며 아버지의 아픔을 대신할 수 없음에 안타까워하던 너희들 마음까지... 다 가슴에 새기고 계시더라. 그래... 가족이란... 이렇듯... 물, 공기, 햇볕같은... 바로 그런 존재.... 아니겠니.......^^ 안토니오야... 스테파노야...^^ 엄마가 아버지를 대신하여 아버지의 마음을 몇자 적어보았다. 강물 처럼 쉬임없이 흘러가는 세월속에 아버지와 엄마의 생애에 '또 한번의 가을 날'이 저물어 가는 구나...
07/11/19
-표주박~
아래에 아버지 사진 몇장 올려본다....^0^

수술 2주째 

허리 보호대를 동이고

아가처럼 걸음마 연습
*********

서글프도록 아름다운 가을


낙엽이 꽃이되어

낙엽끼리 모여서

 

낙엽비 속으로 가을이 떨어지는 소리 낙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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