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오늘이 마지막이듯

함께... 기도해 주세요.

샘터 표주박 2011. 5. 25. 20:07

 

지난 목요일 저녁미사 후 꾸리아 참석하려고 성전 계단을 내려오는데 엘리사벳 자매님이 나를 기다렸다며 느닷없이 '9일 기도 좀 해 주세요" 라고 부탁을 한다. 순간.... 며칠 전, 바오로가 길에서 엘리사벳 부부를 만났는데 '난생처음으로 지독한 감기에 걸려 남성구역 모임에도 참석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힘이 없어 보이더라 '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던 터라 '안당형제님의 건강을 위해' 기도를 청하는 것이려니 짐작했다. 감기일지라도 기도를 하고 싶다면 도와 드려야지 어쩌겠는가! 시동생 7순도 있고 여러 여건상 9일 동안 기도를 주관 한다는게 쉽지 않겠지만 당사자가 원할때 해 드리는게 순리다 싶어서. "기도 하고 싶으시면 해야죠." 쉽게 허락을 했다. 마침 루시아 구역장도 그자리에 있기에 날자와 시간을 잡으라 하고 나는 회합에 들어갔다. 9일 기도 첫 날, 5/23 월요일 오후 2시. 엘리사벳님 댁에 가니 이미 교우 몇분이 와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엘리사벳 자매가 내 눈앞에 메모지를 불쑥 내민다. "구역장 님! 이게 뭣인지 설명 좀 해 주이소!" 볼벤으로 쓴 '홍반성 루푸스' 6글자다. "이게 뭔데요? 누가 적어주었어요" "우리 딸이요.. 우리 손녀가 그병이라네.. 12살짜리... 5학년인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눈이 휘둥그래지고 어안이 벙벙하여 얼굴도 몸도 굳어져 버렸다. "따님은 뭐라고 하던가요?" "자세히 알려고 하지 말라며 울기만 해요" "병약한 엄마가 걱정할까봐 그랬을 겁니다..." "피부에 빨간게 자꾸만 나서 여러 병원을 다녔는데 낫지를 않았어요. 그래서 세브란스에서 검사를 받았다고 하더니 어제 진단이 나왔답니다. 난 이게 무슨병인지 모르겠어요. 난 처음 듣는 병이어요. 구역장님 얼굴 표정을 보니까 아시는 것 같은데 자세히 설명 좀 해 주세요" 난감했다.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지 망설이고 있는데 그때 어느 자매가 들어오더니... '그거 아무것도 아니예요' 하며 끼어든다. 아무것도 아니라니.. 무서운 병인데.. 어쩌나... 모른체 하고.. 그냥 있을 수 없었다. "아무것도 아닌게 아니고요.. 난치병이어요. 12살인데 어쩌나.. 엄마는 뭐라고 하던가요" "딸은 울기만해요... 다 알려고 하지 말래요..." "엄마와 아버지가 놀랄까봐 그랬을 겁니다. 딸에게 용기를 주어야 해요..." . . . . 할머니 할아버지도 손녀딸이 무슨병인지 정확히 알아야 슬픔에 젖어있을 딸을 위로도 해 주고 힘이 되어 줄 수 있지 않겠나 싶어.. 기도 끝나고 우리집 컴에서 '루푸스'에 관한 자료를 출력해 주었다.
2011/05/25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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