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오늘이 마지막이듯

우리 걸어요.

샘터 표주박 2012. 12. 21. 22:39

 

 

 

 

 

 

 

 

예약시간이 오전 11시 15분, 병원 입구에서 예약수납을 해야 하므로

넉넉하게 10시 10분전에 출발하면서 일기예보에 맞춰 우산 하나를 가방에

챙겼다. 혜화역 출구로 나오니 비와 눈이 섞여 내리기 시작한다. 바오로와

팔장을 끼고 최대한 몸을 밀착한채 작은 우산하나에 두사람 머리만 가리고

대학로 후문을 향해 걸었다.

 

진료가 끝나고 병원을 나설 즈음엔 눈송이가 더욱 굵어졌다. 이미 내린눈은

녹아 발밑은 질척 거리지만 나뭇가지는 하얀 눈을 이고 풍경이 되어 서 있고

머리위로 흩날리는 눈발은 제법 운치있는 낭만을 부른다.

 

또 다시 바오로 어깨에 몸을 붙이고 손은 허리를 감싸고 걸었다. 젊은이들처럼.

이렇게 팔장을 끼고 걷는 게 도대체 얼마만인가?

5년전 바오로가 요추골절 수술했을 때 허리 보호대 착용하고 팔장을 끼었지만

정확히 말하면 그건 부축이었고.. 그럼? 신혼때?... 그 이후엔 없었나?

 

팔장을 끼고.. 허리까지 감싸안고 걸으니 완전 딴세상을 거니는 기분이다.

 

"우리 대학로를 걸어요. 점심도 먹고 천천히 집에 가요"

"뭐라고? 이사람아! 이렇게 눈오시는데 걷자고? 당신 무릎이 아파서 걷지도

못하잖아. 난 삐끗할까봐 마음이 급한데. 길이 얼기전에 빨리 집에 가야해!"

"그렇구나.. 난 무릎이 아파서 걷지를 못하구나..."

 

눈 때문에 잠시 나의 현주소를 잊고 있었다.

고희를 바라보는... 퇴행성 골관절 환자라는 것을...

2012/12/21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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