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오늘이 마지막이듯

나는 삼고(三高) 중 이고(二高)라서

샘터 표주박 2014. 8. 2. 20:33

 

 

 

나는 삼고(三高) 중 이고(二高)라서

 

                                -가톨릭 2014년 8월 3일 주보, 말씀의 이삭-

 

 


여행 중에 들은 가이드의 말이 자주 생각납니다.

모든 가이드가 싫어하는 게 삼고(三高) 즉, 고학력, 고소득, 고연령이랍니다.

고학력은 가이드의 설명이나 해설을 고쳐주느라 남들의 감탄과 감동까지

망쳐버리고 또 수능 문제도 아닌데 대충 넘어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늘 호강하는 고소득자는 특히 자연관광을 싫어하는데, 맛없는 음식, 자연뿐인 관광지와 지루한 해설, 불편한 침구 등에 불만과 짜증이 가득합니다.

안락한 일상을 떠나 사서 고생하자는 여행인데, 낯선 것과 마주치는 기대감과 호기심, 놀라움과 감동 등을 전혀 나타내지 않아 색다른 기분전환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고연령도 여간해서 안 웃는답니다. 웃겨서 분위기 잡으려는 가이드의 노력은 동정조차 안 한답니다. 더 웃긴 일을 너무 많이 겪어낸 고연령은 유머와 위트를 잃어버렸답니다. 우습지 않아도 분위기 맞추려 웃어주며 긴장을 풀어야 즐거운 여행이 되는데, 고연령일수록 자기도 안 웃고, 남도 못 웃게 하고, 웃기려는 가이드까지 맥빠지게 한답니다. 유머와 위트는 하느님이 주신 최고 선물인데도 말입니다.

 

애창곡이 ‘거짓말이야’인 친구는 비둘기도 여의도에서는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라고 우짓는다고 웃깁니다. 자기도 잘 웃고, 남을 웃기기만 해도 항상 기뻐하는 생활 신앙인인 그 친구가 생각나면, 저는 혼자서도 웃게 됩니다.


삼고는 하느님도 제일 싫어하시지 않을까요? 하느님이 사명자로 뽑으신 이들은 한결같이 오만한 이들이었습니다. 특히 모세와 요셉일 것입니다.

 

모세는 당시 최고 문명국 이집트 왕궁에서 왕자(통치자)로서 최고 학문과 기예를 연마했지만, 처갓집에 빌붙어 짐승냄새에 찌드는 양치기 40년 동안에 왕자자격을 말끔히 세탁시킨다음에야, 민족 지도자로 40년을 사용하셨습니다.

 

요셉도 족장인 아버지의 특대를 받은 귀공자로 형들보다 우월하다고 자고(自高)했던, 그 오만과 우월감을 노예와 죄수생활로 13년간 다 세탁시키고서야 이집트의 총리로 사용하셨습니다.


어려서부터 믿어온 나머지 신앙의 허실을 알만큼 안다고, 세상 무엇도 알만큼 안다고 자고(自高) 해온 저는 고학력, 고연령의 이고(二高)입니다. 다행스럽게도 고소득은아니지만, 저에게는 늘 제 자신이 너무 무겁습니다. 너무배워 너무 많은 나들로 꽉 찬 제 속은, 하느님이 비집고들어갈 여지가 없습니다.

 

강론은 밍밍하고 성경도 늘 뻔합니다. 게다가 신교에서 개종했으니 저절로 비교와 비평도 합니다.

 

“인간을 그렇듯 소중하게 여기셨으면 창조 첫날에 만드시지 왜 꼴찌로 지으셨을꼬? 그랬더라면 아담은 일주일을 꼬박 금식했어야 했고 이브를 먼저 지으셨더라면 출산 때 진흙 항아리가 터져 버렸을 거라, 그래서 하느님은 시인으로 지으셨다. 이브를 보자마자 ‘내 뼈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구나!’라는 절창시를 토해 낸 아담은 시인이라.”는 등 혼자 상상하고 웃기도 했습니다.


무수히 밑줄 친 성경을 새 것으로 바꿔 새로 밑줄 쳐가며 읽지만 숙제하듯 읽고, 입에 발린 감사기도와 습관적인 미사참례. 제가 무릎을 꿇을 때마다 하느님은 “‘거짓말이야’를 불러봐! 네 친구를 시켜 네게 준 노래야.”라고 하시는 듯합니다.


                                         

 

 

 

 

유안진 글라라

                                         시인, 서울대 명예교수

 

 

 

 

 

 

 

 

 

 

 

 

 

 

         2014. 8. 3. 카톨릭 서울 주보 '말씀의 이삭' 에서

         유안진 시인님의 '나는 삼고(三高) 중 이고(二高)라서' 를

         실실 웃으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공감도 하기에 함께 하고자 옮겼습니다....^^

 

 

 

 

2014/08/02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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