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
또 한 장..
어머님 생전 모습을 그립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기를 쓰고 그리려 해도
칠흑 같기만 합니다.
생전에 기쁘게 해 드린 게 없어
비바람 일던 173일전 마지막 모습만
84성상의 깊은 주름만 아른거립니다
동그란 얼굴에 가느다란 눈동자
후덕하였던 미소까지 그리고 싶은데,
아버지의 빈 자리 감싸 주시던
열두폭 쪽빛 치마자락도 그리고 싶은데,
어머님 앞에 가즈런히 앉은
쫑곳한 두귀도 그리고 싶은데,
어머니의 평온한 얼굴은
살가운 딸에게만 허락하나 봅니다.
절절한 회한이
5월의 푸른 광장에서
고개를 숙인채 홀로 서 있으라
슬픈 등을 떠밀어 냅니다
04/05/08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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