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아들에게 쓰는 편지

생각나니? 첫 번째 알바...

샘터 표주박 2006. 7. 14. 14:27


큰 아들, 거센 장맛비를 밀어낸 하늘 사이로 뜨거운 태양이 제자리를 찾는 7월, 더위를 식힐겸... 오늘은 가벼운 이야기로 씽긋 웃어보자꾸나. 생각나니? 너의 첫번째 알바 사건...^0^ 대학 진학이 여의치 않아 가슴앓이를 삭히느라 방콕할 때... 그래... 맞아, 그 즈음이었을거야. 동생과 머리를 맞대고 어쩌고 저쩌고 수군대더니만 몇 번 외출을 하였지. 당사자인 네 속도 속이 아닐테이니 친구와 '영화관 순례'라도 하겠지... 짐작하였는데... 엄마를 깜짝 놀라게 했던 사건...ㅎ "어머니, 혹시 밖에서 외식을 할 땐,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처럼 펄펄 끊는 걸 사 먹어야 해요" "????" "식중독 걸리지 않게요" 밖에 나가서는 가열로 완전 멸균되었다 싶은 뚝배기 찌개류만 먹으라고 주의를 주고 싶은 건 바로 엄마인데, 정작 아들이 엄마의 식중독까지 염려를 해 주니 한편으로는 기특하고 또 한편으로는 대견스럽고... ...그랬단다... "그렇구 말구, 끊여 먹는 음식은 안전하지"라고 맞장구를 쳤고. 평소 너의 관심사와 전혀 연관이 없는 음식에 관한 발언인지라 의아해 하는 엄마에게 며칠동안 겪은 '현장 경험'을 조곤조곤 들려 주었고. 용산 전자상가라던가? 어느 식당에서 시급 얼마씩 받고 주문 받은 음식을 배달하고 빈 그릇을 수거 하였는데 손님이 남긴 음식을 폐기처리 하지않고 다시 사용하는 걸 보고는 엄청 놀랐다고... 어둑 컴컴한 주방과 설거지통 비눗물은 불결하기 이를데 없고 설겆이를 마친 식기마저도 깨끗해 보이지 않더라고... 했었지... 손님이 먹다남긴 반찬을 다시 단골손님에게 배달하는 처사는 온당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먹다 남긴 반찬을 찌개그릇에 몽땅 쓸어담아 수거하였고, 이런 일이 거듭되자 이상하게 여긴 주인이 너를 미행하였고... ...너는 들켰고...ㅋㅋ "임마! 남긴 음식을 다시 써야만 밥 먹고 사는 거야!" 주방 구석에 너를 몰아 세우고 언성을 높여 '밥먹고 사는 법'에 대한 장황한 훈계에도 성이 차지 않아 "넌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언제 철이 드냐...끌끌..." 라고 했다고... 너의 이야기를 듣고 엄마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빙그레 웃었었지. 그 웃음속에는 내심...아들을 잘못 키우지는 않았다...는 자부심도 포함되었다는 거... 알겠지?... 하하하~ 너의 첫 알바 입문 '실패기'를 떠올리며 또 한번 빙그레 웃어본다.
06/07/14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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