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멱.. 초등교 저학년일 때 앞마당에는 우물이 있었습니다. 향나무 울타리여서 밖에서도 마당이 훤히 들여다 보였습니다. 우물 뚜껑을 열면 우물보다 더 깊은 곳에 파아란 하늘과 흰 구름이 떠다니 고내 얼굴도 깊고 어두운 우물안에서 환하게 웃습니다. 고사리손으로 두레박을 내리고 줄을 당기면 하늘도 구름도 내 얼굴도 깊은 우물속에서 출렁거립니다. 어느 날, 우물 뚜껑위에 내 키보다 높은 파이프를 우물속에 심고 펌프를 매단 후 부터는 물푸기가 더 재미있어졌습니다. 펌프 몸통에 물 한바가지 붓고 묵직한 손잡이에 매달려 깡총깡총 뛰면 신기하게도 물이 콸콸 쏟아 집니다 왜 물이 쏟아지는지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아도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우물가는 단골 놀이터가 됩니다.학교에서 돌아 온 오빠는 가방을 집어 던지고는 우물가로 달려와 웃통을 벗고 네발로 엎딥니다. 오빠 등짝에 금방 퍼 올린 물 한바가지 쫙 부으면조금씩 뿌리라니까 많이 부었다고 벌떡 일어납니다. 화난 얼굴이 무서워 도망을 치면 끝까지 잡으러다닙니다. 마당이 시끌벅적 합니다. 나도 덩달아 웃통을 벗고 오빠 앞에 엎딥니다. 오빠도 질세라 씩씩거리며 더 짓궂게 마구 부어댑니다. 금새 입술이 새파래지고 온세상이 시원합니다. 달밤아닌 한 낮에 등멱하던 계집아이. 곤충채집 식물채집 해결 해 주던 오빠. 그 시절 그 놀이터 그 철부지들 영영 사라졌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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