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옛날의 금잔디

샘터 표주박 2004. 7. 27. 02:05





등멱..

초등교 저학년일 때 앞마당에는 우물이 있었습니다.
향나무 울타리여서 밖에서도 마당이 훤히 들여다 보였습니다.
우물 뚜껑을 열면 우물보다 더 깊은 곳에 파아란 하늘과 흰 구름이 떠다니
고내 얼굴도 깊고 어두운 우물안에서 환하게 웃습니다.

고사리손으로 두레박을 내리고 줄을 당기면 하늘도 구름도 내 얼굴도 깊은
우물속에서 출렁거립니다.

어느 날, 우물 뚜껑위에 내 키보다 높은 파이프를 우물속에 심고  펌프를
매단 후 부터는 물푸기가 더 재미있어졌습니다. 펌프 몸통에 물 한바가지
붓고 묵직한 손잡이에 매달려 깡총깡총 뛰면 신기하게도 물이 콸콸 쏟아
집니다

왜 물이 쏟아지는지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아도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우물가는 단골 놀이터가 됩니다.학교에서 돌아 온 오빠는 가방을 집어
던지고는 우물가로 달려와 웃통을 벗고 네발로 엎딥니다.

오빠 등짝에 금방 퍼 올린 물 한바가지 쫙 부으면조금씩 뿌리라니까
많이 부었다고 벌떡 일어납니다.
화난 얼굴이 무서워 도망을 치면 끝까지 잡으러다닙니다.
마당이 시끌벅적 합니다. 나도 덩달아 웃통을 벗고 오빠 앞에 엎딥니다.
오빠도 질세라 씩씩거리며 더 짓궂게 마구 부어댑니다.
금새 입술이 새파래지고 온세상이 시원합니다.

달밤아닌 한 낮에 등멱하던 계집아이.
곤충채집 식물채집 해결 해 주던 오빠.
그 시절 그 놀이터 그 철부지들 영영 사라졌고나.......... 


04/7/27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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