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오늘이 마지막이듯

아름다운 이별

샘터 표주박 2007. 5. 29. 20:01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 (득료애정통고) 失了愛情痛苦 (실료애정통고)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 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 피천득의 '5월'전문 선생님은 오월의 밝고 맑은 순결함을 조촐한 동심과 같이 나타낸 글로서, 참신한 비유를 사용하여 사색의 폭을 넓혀 주고 있다. 또한, 감각적 표현이 뛰어나 산뜻한 인상미를 풍기고 있으며, 다감하고 섬세하고 순수한 감정이 선명하고 서정성이 뛰어나다. 가냘픈 것들의 추억은 금아 선생의 아름다운 것에 늘 애수가 어리게 한다. 이 애수는 어떤 때는 비창감(悲愴感)으로 심화되기도 한다. 선생이 신록에 관한 글에서 갑자기 젊은 시절의 외로운 여행을 회상하며, ‘得了愛情痛苦(득료애정통고) 失了愛情痛苦(실료애정통고). ’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구절을 모래 위에 써 넣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고 할 때, 우리는 신록의 싱싱한 생명이 죽음으로 하여 더욱 찬란해지는 것을 아는 선생의 비극적 인식의 일단을 느낀다.” --- '5월의 이해와 감상' 중에서 죽음은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사명을 다했을 때 비로소 주어지는 은총이며, 죽음 너머에는 빛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기에 죽음은 회피하거나 두려워할 존재가 아니라 마음을 열고 받아들여야 하는 은총의 선물입니다. 영원히 오월에 살고 계실 피천득 선생님! 좋은 날, 좋은 계절에 하느님 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세요.....^^
07/05/29 -표주박~ ▲ 29일 오전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 금아 피천득 교수 영결미사에서 천주교 조규만 주교가 고인의 명복을 비는 의식을 집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 29일 오전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 금아 피천득 교수 영결식에서 시인 이해인 수녀가 고인의 관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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