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아들에게 쓰는 편지

돕는 배필이란..

샘터 표주박 2004. 10. 11. 17:17



 
큰아들.. 그게 아마 추석 전이었지? 모처럼 일찍 퇴근하여 어버지와 함께한 저녁 식탁에서 에미가 어느댁 규수이야기를 꺼냈는데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챘던지 "중매 결혼은 하지 않을 겁니다" "......????" 마음에 둔 여자가 있다는 암시일까? 아니면 결혼에는 관심이 없다는 단호함일까? 그날은 그냥 웃어버렸지만 부모가 늘 이대로 너희들 곁에 머무는 것도 아니고, 그걸 모를 나이도 아닐터인데.... 글쎄다...슬슬 염려가 되네.. 요즘 젊은 이들은 집안 어르신들의 염려가 부담스러워 친척이 모이는 명절이 두렵다더니 이 에미도 언젠가 부터 만나는 사람마다 너희들 결혼에 관심을 표하면 태연한척 해도 내심 초조하단다. 아직 연분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른들이 나서서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인데..... 가까운 친척이나 지인에게조차 "제 아들 녀석 중매 서 주세요" 라는 말을 꺼내지 못하니 나도 참 답답한 에미다. 이러저러한 조건(?)이 소개장처럼 붙어다니는 것도 쑥스럽고. 하느님이 예비한 배필이 어디엔가 있겠지마는. 참한 규수를 소개해 달라는 적극성은 커녕 아예 입을 꼭 다물고 있으니 아뭏튼 자식일이란 참 어렵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고. 때로는 착찹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얼마 전 교우 아들이 몇군데 맞선을 보았는데 한 아가씨는 지성미를 겸비한 논리적인 성향이 장점이었고. 한 아가씨는 상대를 편안하게 해 주는 성품이 강점이더란다. 예비신랑은 당연히 고민을 하였고... 사회생활에서는 매사에 소홀함이 없이 똑 부러지는 성깔로 승부근성이 강한 여자. 누구 앞에서건 논리로나 의지로나 밀리지 않는 자신감 넘치는 여성은 인정 받지만 결혼상대로는 부담스럽더라는게 당사자의 판단. 이 엄마는 '현명한 선택'에 대견한 눈길을 보냈었지. 부부를 '돕는 배필'이라고 한다. 가정을 이룸이 '삶의 안식처'이지 싸워서 승복시켜야 할 대상이 있는 '지식의 대결장'이 아니거든. 논리보다는 따뜻한 가슴으로 양보와 배려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할 '수평의 사랑 터' 거든... 날카로운 남자와 편안한 여자, 유모러스한 남자와 조신스런 여자, 가슴이 넉넉한 남자와 깍쟁이 여자, 거만한 남자와 겸손한 여자. 이 얼마나 멋진 '돕는 배필' 이냐!
큰아들!!! 그냥 중얼거려 보았다...^0^ 04/10/11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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