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아들에게 쓰는 편지

걸어서 하늘까지...

샘터 표주박 2005. 4. 11. 11:22

그러니까 이게 얼마만이지? 초등 때 어린이 회관 무지개 극장에서 만화영화 관람한 이후 성인이 되고는 처음이지 싶네. 맞지? 형과는 친구 재원이까지 불러 영화를 본적이 있지만, 그리고 작년에도 'The Passion of the Christ'를 동행한 거 너도 알고 있잖니. 그런데 말이다 나 보다 네가 늘 더 바빴기에 영화를 함께 볼 기회가 없었다. 어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너의 배려에.. 고마웠고...더불어 행복했다. 감격!..그 자체였어...^^ 굳이 '작은 일에도 항상 감사하라'는 하느님 말씀이 아니더라도 이 일은 결코 그저 그런 일이 아니라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거든. 엄마가 좋아하는 탈렌트가 출연한 영화라는 사실만도 반가운 일인데, 네 친구도 자기 엄마와 집에서 가까운 상영관에서 같은 영화를 함께 본다는 거. 같은 시간대에 말이다. 게다가 영화관람후에 명동에서 만나 미사 참례까지 했다며? 참말로 기특하고 갸륵하고나.. 틀림없이 하느님 수첩에 커다란 글씨로 기록 되었을 거야. 늦은 귀가에 짜증 나려할 때 엄마의 마음을 다스리는 도구로 써 먹을께... 하하하~ 느닷없이 '엄마'를 보러가자는 제안에 솔찍히 얼떨떨 했거든. 평소의 너와 매우 달라서 말야. 뭔 영화길래? 하는 마음으로 검색창을 여니 네티즌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영화라는 것과 고두심의 첫 출연 영화라는 것, 시사회 주변의 낙수도 읽어보고. 어지러움증으로 차를 탈 수 없어 28년간 동네밖을 나가본 적이 없는 노모가 40세에 낳은 막내딸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해남에서 목포까지의 200리 먼 길을 3박 4일 동안 걸어가며 주마등 처럼, 안개비 처럼 엮어내는 잔잔한 가족사. 이 영화를 보면서 세상 모든 딸들, 아니 가족이라 하자. 제 인생길을 걸어가는 아롱이 다롱이의 몫 몫을, 때로는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 혹은 이해하기 싫었던 엄마의 삶을, '엄마'에 대한 애잔한 사랑의 갈피를 더운 가슴으로 더듬었으리라. 이 세상에서 '가족'처럼 훈훈한 단어가 또 있을까? 그속에서도 '엄마'는 가장 가슴 뭉클한 불변의 존재이기에.. 가족을 다룬 영화에 엄마가 빠질 수 없고, 그러기에 모정을 다룬 작품들은 거의가 천편일률적으로 가족애의 끈끈함을 필요 이상으로 강요하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 영화는 그저 담담히 그려낸 다큐멘터리 나레이션 같은 느낌이었다. 엔딩 불이 들어오고 출구로 나오면서 "엄마...어때요?" "엄마의 입장이 아닌 딸의 입장이 되더구나" 하하하... 아들과 영화를 보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외할머니 생각만 나더구나....^^ 17개월 전에 작고하신 외할머니에 대한 자책에서 비롯되었을 게다. 딸에서 엄마로 할머니로 이어지는 여자의 숙명에서, 외할머니 앞에서는 '네 어미'이기 보다는 '외할머니의 딸'이 우선 순위거든. 네가 내 아들이듯이, 나 또한 영원한 딸이거든... 이 영화에 대한 촌평도 한마디 해야하겠지?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준 네 친구에 대한 보답도 되겠고. 그치?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아들의 엄마' 시선으로....^^ 걸어서 가야만 할, 먼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68세 노파(엄마)의 어지럼증-- 나도 차멀미가 심해 주인공이 겪는 지독히 괴로운 고통을 누구보다도 잘안다. 하지만, 차멀미가 심하다는 이유만으로 28년씩이나 동네밖을 나가보지도 못했고, 더구나 자녀들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는 설정이 설득력 부족을 초래했고 그러다보니 영화 스토리 전개가 다소 작위적일 수 밖에 없었을 게고. 따라서 '엄마'라는 단어의 뭉쿨한 감정으로의 몰입이 쳐지고... 자타가 공인하는 엄마 연기의 일인자 고두심일지라도 '옥의 티'는 있는 법... 그녀의 곱고 주름살 없는 매끄러운 피부는 땅끝마을 68세 촌노파의 흙냄새 거름냄새가 배인 골깊은 연륜의 리얼리티를 반감시켰다는 느낌.... 보다 섬세한 분장이 아쉬웠다. 아...그 둘째 아들의 너스레를 곁들인 건달 연기가 눈에 띄던데... 참.... 밖으로 나올때 보니 아들과 도란거리는 커플(?)은 우리뿐이더라.. 엄마와 동행한 딸은 여럿 눈에 띄였지만.....^^ 스테파노야... 엄마도 어지러움증이 심한데... 만약에...내 아들도....그보다 더 먼 땅에서 결혼을 한다면....? 에구...엄마도 지금부터 열심히 연구해 봐야겠다....하하하~ 05. 04. 11 -표주박~
막내딸 결혼식에 가려고 월출산 구름다리도 건너고...

'아들에게 쓰는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젖은 날의 빠레뜨  (0) 2005.08.01
엄마가 아들에게 주는 시  (0) 2005.05.30
무지개 빛 꿈을 이루려면...  (0) 2005.01.06
돕는 배필이란..  (0) 2004.10.11
색실로 엮은 편지  (0) 2004.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