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오늘이 마지막이듯

가로등

샘터 표주박 2005. 1. 13. 19:54

 

    길을 가다 길을 잃었을 때 태양 하나 걸린다. 
    조금 가면 다시 태양 하나 걸린다. 
    도시의 밤거리에 뜨는 태양은 호롱불 같다. 
    반딧불 같다.
    불을 달고 달리는 차량행렬을 바라본다.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달려가는 그들은  
    무척 빠른 족속인가보다. 
    비탈에서 눈사람을 만들다 놓친 눈덩이보다 빠르다.
    너와 나의 사랑은 천천히 가자. 아주 천천히 가자.
    어둠이 내리면 도시는 등불을 건다. 
    집마다 등을 건다. 건물마다 등을 건다. 
    너와 나는 사랑 하나 건다. 
    어둠과 어둠 사이가 멀다고, 
    건물과 건물 사이가 너무 멀다고, 
    너와나 사이가 아득히 멀다고 가로등마다 등불을 켠다. 
    너와 나 사이는 지척도 멀어 가슴으로 안는다.
    따뜻한 등불 아래, 
    너와 나 사이에 손금보다 더 촘촘한 길을 밝힌다.
    등불이 없어도 사랑은 길을 찾아가지만 
     가로등은 실핏줄마다 등불을 걸어 
    가난한 연인들 얼굴 한 번 더 보라고 등불을 켠다.
    환한 등불을 건 가로등이 허공에서 꽃처럼 핀다. 
    꽃은 꽃을 불러 도시는 꽃밭이 된다.
    너와 나 사랑은 이렇게 꽃밭인 날, 
    사랑을 고백한다. 헤어지지 않고 내가 먼저 일어나
    너의 잠든 얼굴을 보고 싶다고. 그리고 너를 위해 시를 하나 건다. 
    힘들 때마다 함께 읽으면 얼마나 좋으련.

 

 

 

사랑아, 우리 사랑하자 너와 내 몸 속에 피가 돌 듯 너와 나 사이 핏줄 같은 길이 나 있다 그 길에 어둠이 내릴지라도 사랑아, 울지 마라 하루의 절반은 어둠이다 어둠의 끝에서 또 다른 아침이 우리를 위해 길을 내고 있다 사랑아, 두려워 마라 사랑도 때론 길을 잃는다 너와 나의 현기증 같은 가슴을 확인하면 길은 슬며시 숨겨둔 길을 내어놓는다 사랑아, 우리 그 길을 가자 길에서 길을 잃을지라도 길이 끝나면 새길을 만들어서라도 -신광철의 시집 늑대의 사랑 중에서 <사랑아, 길을 잃을 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