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특별한 겨울 선물

샘터 표주박 2005. 1. 24. 16:06

 

 

 

 

大寒이 지나서일까 겨울날씨 치고는 제법 따사로운 주일이다. 점심을 마치고 컴퓨터에 앉아 이것 저것 건드려 보고 있는데 TV를 시청하던 남편이 무료한지 제안을 한다. "어린이 대공원에 갈까?" "그럽시다" 감기기운이 있는지라 조끼를 껴입고 긴 외투에 목도리에 게다가 모자까지 쓰고 장갑을 끼니 중무장을 한 셈이다. 지하철 역사를 향하는 발걸음이 따사로운 햇살 덕분에, 아니면 껴입은 옷 무게 탓일까. 사뭇 둔하게 느껴진다 7호선 객차는 10여분만에 우리를 어린이 대공원 역사에 내려놓았다. 대공원 정문앞 광장엔 경괘한 타악기 리듬과 나팔소리가 울려퍼지고.. 빨간 미니스커트, 빨간 모자에 달린 하얀 깃털을 나풀대며 나팔과 드럼을 울러맨 아가씨 10명이 쭉쭉벋은 미끈한 다리로, 멋진 워킹으로, 밴드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한 겨울을 녹이는 따사로운 햇살 만큼이나 부딪는 눈길과 눈길이 경쾌한 엔돌핀을 생산해 내는 순간이다. 밴드 소녀들 보다 한 발 앞서 우리 부부는 정문을 들어섰다. 한 겨울 인데도 어린이를 위한 공원 답게 아이들을 동반한 젊은 가족들이 많다. 어린아이들을 앞세운 젊은 부부와 아이들 보호자라고 자처하며 따라 나섰을 것 같은 할머니들의 여린 눈빛도 눈에 뜨이는 반면, 노인정에서 구부러진 허리에 뒷짐진 할아버지의 힘없는 눈길이 더욱 외로워 보이는 것은 웬심사일까. 이 따사로운 날에... 도심속의 공원에 내려앉은 포근한 겨울 햇살은, 한 겨울 어린이 대공원의 모든 정경을 아늑하게 바꾸어 놓는다. "우리도 저쪽으로 가보자" 남편보다 한발 앞서 한적한 산책로로 이미 접어들었건만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분수대에 설치된 가설무대를 향해 걷고있다. 커피 한잔을 뽑아 한모금씩 나누어 마시던 자판기 종이컵을 급히 비우고 남편의 팔장을 끼었다. 싫지는 않은 듯 씽긋웃는다. '싼타마을 모닥불 페스티발'이라는 간이 무대 현수막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름모를 여자가수가 긴 머리카락을 어지럽게 흔들어 대며 열창을 토해낸다 객석까지 내려와 관객의 호응을 받아내는 품이 제법 노련해 보인다. 굉음의 반주가 끝나고 가수가 퇴장을 하니 사회자가 뛰어나와 앵콜을 유도하는 말솜씨도 매끄럽고 어색하지 않다. 관객들은 앵콜! 앵콜!을 외치고.... 우리는 공연장을 뒤로하고 동물원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제철을 만난 흰 곰 부부의 의미없는 서성거림을 맥없이 지켜보다가 칸막이 건너 수조 얼음조각 밑으로 유영하는 바다사자에게 눈길이 멈춘다. 옆으로 비스듬이 누워 미끄러지는 수려한 모습이 평화로워보인다. 비탈길을 돌아드니 원숭이 5~6마리가 철조망에 매달려 손을 내밀어 관람객이 던져주는 과자류를 훈련이 된 듯 잘도 받아 먹는다. 인간의 동작을 흉내내는 것 같아 빙그레 미소도 지어본다. 건너편 양지바른 곳에 비스듬히 드러누운 사자 두마리. 덩치 큰 녀석의 엉덩이를 덩치 작은 녀석이 핥아주는 정경이 흡사 모녀지간 처럼 정겨워 보인다. 뱅골산 호랑이는 울안에서 빙판으로 얼어붙은 시멘트 바닥을 왜그리 서성이는 지. 번번히 미끄러질 듯 미끄러질 듯 뒤뚱대다가 중심을 잡으면 '너 때문이라는 듯' 서로 엉켜붙어 악의 없는 이빨을 드러낸다. 맹수들도 관람객을 의식하는 걸까? 건너편 큰 뿔소는 추위때문일까? 세마리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육중한 체중을 버티고 서서 꼼짝도 않는다. 눈동자 마저 한곳으로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아 보인다. 저렇게 그림처럼 서서 눈을 뜨고 자는 걸까? 아니면 적응훈련 중일까? 짐짓, 흘킷대는 우리들을 향해 "인간들아! 이 추운데 뭘 봐!!" 하고 짜증이라도 풀어 낼 것만 같다. 낙타우리에서는 울끗불긋한 안장으로 몸치장을 하고 어린이 손님을 기다리건만 찾아주는 惡童 하나 없으니 하품이 하고 싶을 정도로 심심한가 보다. 동물의 표정에 몰두하다보니 우리는 왔던길을 되짚어 걷고 있다. "저쪽으로 돌아서 후문으로 나갑시다" "그럴까...." 건성으로 지나쳤던 야외무대로 다시 온 셈이다. 빠른 리듬이 귓전에 출렁인다. 무대 앞 중앙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우측 사각지대에 모닥불이 피워져 있고 우린 그 주변을 서성이다가 빈자리에 앉는 행운까지 얻었다. 장작타는 냄새와 희부연 연기가 싫기는 커녕 그 옛날의 운치까지 더듬게 해 준다. 무대가 바뀌어 키가 훤칠한 異國 무희들이 경쾌한 리듬에 맞춰 화려한 째즈발레를 선보이는데.. 이 엄동설한에 벌거벗은 무대의상으로 야외공연을 하다니... 우린 난생 처음으로 겨울 야외 무대를 맛 보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관객은 자리를 뜰 줄 모르고.... 빠른템포의 음악과 율동이 한바탕 숨가쁘게 휩쓸고 지나갔다. 이윽고 애조띤 멜로디 '타이타닉'의 'My Heart Will Go on'에 맞춰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는 애틋한 사랑을 몸으로 그려낸다. 영화의 장면들을 연상케 한다. 이어서 신비스런 아라비안 리듬이 들려오고, 무희들의 동작에 따라 내 목 근육도 각도를 꺾으며 음쭐거려지고. 캐릭터 댄스의 진수를 만끽 할 수 있었다. 어디 그 뿐이랴. 현란한 캉캉의상이 무대를 꽉채우고 미끈한 긴다리를 쭉쭉 들어 올릴 때에는 내 다리도 덩달아 번쩍번쩍 들려지는 것 같았다. 클라이 막스엔 어김없이 축포가 쏘아 지고... 한 낯이라 비록 조명의 효과는 없지만 무대 효과만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화려한 공연이 끝나고 정문에서 잠시 만났던 밴드가 무대 중앙으로 도열하기에 우리부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러시아 무희들 같지?" "호텔 밤무대 공연팀일지도 몰라" 우리 부부가 두런대며 문을 나서는데 정문 벽에 붙은 포스터가 보인다.
2005.01.24 -표주박~
어린이대공원의 특별한 겨울추억만들기 - 12.11 ~ 2005. 2. 10까지 싼타마을 모닥불 페스티발!!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는 한겨울 가족,연인끼리 따뜻한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여 이달 11일부터 2005년 2월 10일까지 운영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2번째로 마련된 "겨울추억 만들기" 행사는 주말과 성탄, 그리고 올해 마지막날(12. 31), 새해.설날을 중심으로 야외에서 가족이 함께 오붓한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였으며, 특히 새해 소망을 기원해 보는 "소망나무 열매달기" 모닥불에 옹기종기 모여않아 군밤도 나눠먹고 문화행사도 즐길수 있는 "모닥불 페스티발", 우리고유의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전통민속놀이 마당" 및 "씽씽 얼음썰매타기" 이벤트가 있습니다. O 기 간 : 2004. 12. 11(토) ~ 2005. 2. 10(목) 62일간 O 주행사장 : 정문 분수대 주변(산타마을, 모닥불 페스티발) O 기본컨셉 : 눈과 얼음 + 모닥불 + 콘서트 O 주요행사 - 매주 토요일 : 러시아노취댄스팀 공연 - 매주 일요일 : 마칭밴드 퍼레이드 - 토.일.공휴일 : 모닥불콘서트/남미민속예술단공연/군밤이벤트/ 소망나무열매만들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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