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의 일이다.
아침에 출근을 한 남편이 정오가 조금넘은 시각에 귀가했다.
건설현장에 근무를 하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한두시간 일찍 퇴근 할 때도 있지만
이렇게 이른 시각에 퇴근하기는 처음이라 들어서는 남편의 안색을 살폈다.
"내 눈에서 뭐가 자란대!"
전 날, 현장 근처 안과에 다녀왔다는 말을 듣고도 눈에 띄이는 이상징후를 발견
하지 못하였기에 별로 귀담아 듣지 않았고. 감기기운도 있어 내과에도 다녀
왔다는 말도 했지만 술과 담배를 많이하여 컨디션 조절이 무너졌구나 정도였다.
몸이 천냥이면 눈은 구백냥이라 하지 않는가. 그 만큼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눈이 심상치 않다니 겁이 덜컥났다.
"지금 당장 큰 병원에 갑시다"
남편은 충격을 받았는지 아무 반응이 없다. 들어온 그대로 탁자에 앉아 차 한잔
마시고는 되짚어 일서선다. 어딜가느냐고 물어도 묵묵부답이다.
따라나서려니 그제야 입을 연다. 큰 병원은 다음에 가고 우선 지하철 역 부근
**안과에서 일단 검진을 받이 보겠단다. 따라나섰다.
처음으로 발걸음한 동네 안과병원. 인테리어가 아늑한 톤으로 정돈된 느낌이다.
점심시간이어서 5~6명의 환자가 대기중이고 의사선생님의 화려한 경력이 벽에
걸린 액자안에서 친절하게 미소 짓는다. 접수 순서에 의해서 오후 진료가 시작
되었고 남편의 이름도 호명되고 나도 따라 들어갔다.
의사가 어디가 불편하냐고 묻는다.
"눈곱이 끼고 뻑뻑하여 현장 부근 안과에 갔더니 눈에서 뭐가 자라고 있는 것
같으니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합니다"
대학 교수이기도한 의사는 남편을 검사대에 앉히고 이리저리 살핀다.
"수술을 받으신 적이 있으시군요"
아차! 그러고 보니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백태를 걷어낸 적이있다. 근 20년은 되었지 싶은데 의사선생님이
짚어 내다니. 우선 믿음이 간다.
순간, 십수년 전에 동공 내출혈로 치료받았던 것도 떠오른다. 얼른 끼어들었다.
-15년 전 쯤엔가 동공 내출혈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동공 출혈이요? 증세가 어땠습니까?"
-눈동자에 미역줄기가 드리워진것 같다고 하던데요
"원인은 뭐였습니까?"
-원인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이 없었구요. 실핏줄이 터진 것 같으니 기다려
보자고 하여 한달정도 다녔습니다. 자연 흡수가 되는 수도 있다는 설명만
있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별 치료 방법이 없다고 하였던 것 같은데요"
"아닙니다. 약물로 흡수하는 방법도 있구요. 수술도 합니다
15여년 전에 출혈이 있었고 재발은 없었다하니 완전 치료는 된것 같네요.
현재로는 녹내장. 백내장 징후는 없습니다. 환자분은 눈이 뻑뻑하다고 하는데
안구 건조증도 의심되는 바 없구요 아주 건강하십니다.
다만 노안으로 접어드셨으니 안경을 쓰십시요. 시신경 보호도 되구요.
안경을 쓰면 귀찮긴 해도 눈을 보호 하니 되도록이면 쓰시는게 좋습니다."
-2년전에 시력검사 후 다촛점 안경을 맞췄는데 불편하다고 잘 쓰지 않습니다.
"다촛점 안경은 시신경의 피로도를 가중시킵니다.
불편하시더라도 두개를 번갈아 사용하시는 것이 눈에는 훨씬 좋습니다.
"그런데....지금 몇이시죠?
나이를 묻는 것 같은데 남편이 머뭇거리며 뜸을 들이다 하는 말이
"일곱입니다"
어? 일곱?...이런!!!!...
엉뚱한 대답이다. 의사가 차트를 내려다 보며 말을 잇는다
"일곱이요?"
-예순 일곱입니다.
내가 또 끼어들었다...ㅎ
"제가 왜 물었냐 하면 너무 젊어보여서 차트에 잘못 기록되었나 해서요.
마흔 일곱으로 보이십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씩 웃는다.
05/02/06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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