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아름다운 화답

샘터 표주박 2005. 2. 22. 01:21




주말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요며칠 눈발이 흩날린 탓에 지리산엔 설화가 만발하여 노고단을 오르려던 일정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뱀사골에 쌓인 눈(雪)위에 눈(目)도장만 가득 찍고 돌아섰으니 지리산을 다녀왔다는 보고서를 '오늘이...' 블러그에 담기가 무색해 집니다....^-^

남편의 죽마지우 세 부부가 동행을 하였는데 작년에 큰 수술을 두번이나 받은 친구를 뱀사골 입구에 남겨두고 우리들 두 부부만이 지리산 설경을 만끽한다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 아이젠도 준비하지 않은 상태였기에(꼭 필요하면 사면되겠지만) 눈덮인 등산로를 500M 정도 올라가다가 다시 내려오는 것으로, 눈밭에 발자국 몇개 찍은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덕분에 뱀사골 초입에서 도토리 묵에 동동주를 한 모금씩 맛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만은 않았습니다.

용산역에서 남원까지는 통일호, 남원서 부터는 15인승 승합차로 가이드의 안내를 받았습니다. 가이드와의 첫 미팅에서 그의 신중한 매너에 호감이 갔고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이 되리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그 분이 권하는 대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우선 남원의 명소를 한바퀴 돌며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이야기 속에 이성계에 관한 설화가 꽤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이성계의 조선개국의 단초가 된 황산대첩과 정유재란을 승리로 이끈 남원성 싸움 등.... 남원 역사의 중심에 '황산 대첩비' 가 있다고 합니다.

여러 이야기를 들으며 뱀사골에서 굽이 굽이 돌아 지리산 온천랜드에서 1박을 하고 이튿날 아침, 19번 국도를 따라 섬진강 물길과 나란히 달리며 지리산에 얽힌 갖가지 설화와 간간히 들려주는 질펀한 소화제(?)까지 곁들인 가이드의 재담과 예의바름에 일행 모두는 즐거워했습니다. 19번 국도는 우리나라에서 경관이 좋기로 첫손에 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라는 자랑도 여러번 강조하더군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주무대인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 댁에 안내되어 드라마 세트장도 구경하고 초당 옆에 조성된 대나무 길을 걷는가 싶었는데 평사리 문학관이 나름대로의 우뚝한 자태를 드러냅니다.
'토지'에 관한 이런 저런 자료들과 이 지역에서 배출된 문인들의 작품도 망나된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태백산맥도 있었지요

남해대교를 지나 남해도에 들어서자마자 금산 보리암에 대한 설화를 들려 줍니다. 우리나라 3대 관음 기도처로 유명한 보리암. 일명 기도발이 뛰어난 명소라고 합니다. 금산은 원효대사에 의해 보광산으로 불리워 졌는데 이성계가 전국 명산을 돌며 왕이 되기를 기도하던 중 이곳 금산에서 임금이 되게 해 주면 산 전체를 비단으로 둘러주기로 약속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막상 임금이 되고보니 넓은 금산을 비단으로 다 두를 수가 없기에 산 이름을 비단錦에 뫼山, 錦山이라 개명해 주었다는 전설이 전해졌다 합니다.

이후부터는 소원을 빌면 탁월한 효험이 있다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불자를 비롯한 수많은 아낙들의 발걸음이 끊어지지 않는 다고 합니다. 저는 절을 하지는 않았지만 제 발자국 하나는 확실하게 남기고 왔는데 카톨릭 신자인 제 소원을 들어 주실지 모르겠네요. 마당에 있는 약수도 한모금 마시며 "고맙습니다" 라는 인사를 드렸으니... 예쁘게 봐 주시겠지요?

새마을 열차를 타기위해 남원을 향하는 길목엔 매화가 한잎 두잎 꽃잎을 펴는 수줍음이 달리는 차창을 통해 육안으로 잡힙니다. 한 열흘쯤 지나면 만개될 것 같다고 합니다. 요소요소마다 가이드의 자상한 안내가 이어지고 화개장터에서 20분을 할애 받았습니다. 그 짧은 시간동안 여자들은 이 지역 건강식품을 장바구에 담느라 바쁘고, 남자들은 빈대떡과 막걸리 맛을 음미하기에 바쁘고...ㅎ

딱 하나...아쉬움....
'오늘이...가족'인 통영 막달레나 님과 충렬사에서 짧은 만남을 갖기로 약속을 하였는데 막달레나 님은 통영 충렬사에서 기다리고. 저는 남해에만 충렬사가 있는 줄 알았고...덕분에 '우리 만남'은 어긋나고 말았습니다.
남원을 경유하는 여수발 새마을호를 예약하였으므로 남해 충렬사도 생략한채 매화꽃길을 달려 기차 출발시간 15분전에 남원 역사에 당도했답니다.
막달레나 님....정말... 정말...죄송합니다!


05/02/22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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