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못난 양반!
한줌 재로 갔습니다.
우리들의 인생사!
격동기 속에서 살아남느라
서럽고 서러웠던 아픔들
어찌 필설로 다 피력하리오
평생토록 누이동생에게 한을 남겨주고
이토록 허망하게 혼자만의 길을 떠난
참 못난 양반... 울 오빠.
그깐 간암쯤 이겨내지 못하고
두 눈을 스르르 감아버리다니.
마눌 수발 한 번 못받고
혼자 가는 길,
얼마나 외롭고 허망했을까
눈에 밟히는 손주들 어찌 두고
작은 사위 자랑에 침마르느라
큰딸 배필 다 놓쳤으니
그나저나
병든 마눌은 뉘가 수발할까
아마도 연옥에서 조금 지체해야
천국 문을 열어 주실걸세.
그러기에 내 뭐라했소이까
남을 위해 기도하는 삶을 살라했거늘
참 못난 양반!
우리들만의 인생사!
하느님은 아실걸세!
천국에 계신 어머님 만나시거들랑
이승에서 못 모신 사죄부터 하이소.
부디 부디 사죄부터 하이소!
참 못난 양반아!
2010/03/01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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