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감사합니다, 부끄럽습니다

샘터 표주박 2012. 4. 17. 21:49

 

 

 

 

 

 

4월은 잔인한 달이기 이전에... 참 좋은 계절입니다.

동네 앞 양지바른 곳에 홀로 선 외로운 벚나무에도 4월 변덕스런 날씨를

걷어낸 파아란 하늘에서 하늘하늘 불어대는 바람결에 어느새 새하얀 벚꽃잎새들이 화사한 맵씨를 뽐냅니다.

 

이 좋은 계절에 한 며칠, 세상이 곧두박질 치는 어지러움에 시달렸지만 겹겹이 피어낸 하얀 꽃잎을 바라보노라니 언제 그랬냐 싶게 다 날아가 버렸나 싶습니다.

 

지난 금요일 새벽 병원 응급실에서 수액 두어병을 번갈아 매달고 오후에 간신히 집에와 벼개껴안고 지냈지요. 의사는 눕지 말고 앉아있으라고 했으나 머리가 곤두박질치고 몸이 무너져내리니까 도저히 앉아서 버틸수가 없었습니다. 성당 늘 앉던 자리에 내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까 몇몇교우가 '안부 전화질'하여....^^ 병원행이 이내 들통이 나고 말았습니다. 전화를 받을 수 없었으니 바오로가 교우들에게 상태를 누설했나 봅니다. 교우들 기도덕분에 다음날 토요일 오후부터 구토가 진정되고 빙빙 내둘리던 눈도 떠지고 머리도 들 수 있기에 다리는 비록 후들거리지만 바오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 6시 특전 미사참례했습니다.

 

바오로는 토요일 특전미사만 고집하기에 간신히 걸을 수만 있으면 되겠다 싶어 다소 힘에 부치더라도 동행했었구요. 미사 끝나고 성당 마당에서 항암치료중인 우리구역 안젤라 자매 부부를 만났습니다. 그 부부도 늘 특전미사에 아내와 함께 참례하는 금술좋은 부부입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항암치료를 받으니 남편(요셉)은 사순시기동안 내내 십자가의 길 기도를 빠지지 않고 바쳤고, 성삼일 전례에도 다 참석했구요. 그분도 아내의 암발병에 충격을 받아서인지 저와 비슷한 증세로 20여일째 생업까지 중단하고 서울대 병원에서 어지러움증에 관한 전문 치료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니 요셉 형제님과 저는 동병상련인가요?ㅎㅎ

 

안젤라 부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집 앞에서 헤어지고나서 10여분이나 지났을까... 안젤라 자매가 바리바리 한짐 싸들고 왔습니다... 얼핏보니 봉지가 10개도 넘나봅니다. 참 나...

 

일차 방사선 치료를 받을때와는 달리 요즘은 항암치료받는데 힘에 부쳐 언니가 와서 며칠 묶으며 밑반찬을 장만해 주고 갔다구요. 호박죽등 몇가지 죽도 끊여서 얼려두고... 빵집하는 동생이 빵도 잔뜩 보내왔다고요... 내려놓은 봉지를 다시 세어보니 열세개나 됩니다.

 

심지어는 시골감자라고 감자까지 꽤나 담아왔습니다...

'마트에서 파는건 시골감자가 아닌가?' 라고 한마디 했더니 택배로 부쳐온 거라 마트 물건하고는 다르다고 하네요.

자기집 냉장고에 있는 것 몽땅 꺼내온 듯 합니다.

 

처음 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시작할 때 청국장이 항암에 좋다고 시골 오빠에게 부탁했다는 말을 듣고는 '언제 시골에서 올때까지 기다리냐고 내가 재래콩으로 볏짚으로 싸서 직접띄워 건조시킨 청국장 가루 3k'를 몽땅 주었습니다. 부지런히 먹고 독한 암세포를 이겨내라고...

그러고 보니 그것 외에도 입맛 돋우는 반찬을 몇 번 해다준 기억이 납니다.

 

그깐 어지러움증때문에 베푼것 모두 되받은 격이 되었네요...

 

오늘(화요일)도 미사 참례했는데 수척해진 내 얼굴을 보더니 목을 껴안고 눈물을 그렁이는 대녀언니(벙어리)... 기어이 밥을 먹여야 한다고 요즘 한창 뉴스에 올랐던 채선당 '사브사브'로 끌려가다싶이 했습니다. 다 못먹으니 집에가서 먹으라고 죽을 싸주기까지 합니다.

 

난 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갚을 꼬...........

 

 

 

 

 

2012/04/17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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