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다짐이 필요해!

샘터 표주박 2012. 5. 28. 22:39

 

 

 

 

어제 일요일,  대녀 딸 결혼식이다. 오월 화사한 푸르른 계절에 좋은 날 받았다 했더니만 연일 괘청이더니 오늘따라 날씨가 심술을 부린다. 활짝개었나 싶었는데 금새 어둑컴컴해 지고 빗방울까지 후두둑 변덕이다.

 

대녀는 교회 반장으로, 남편은 우리구역 남성구역장으로 교회에 봉사하고 있다. 예식을 앞둔 일주일 전, 예비 신부인 큰 딸 크리스티나는 예비 신랑과 하느님 성전에서 관면혼배를 올렸고 시댁이 비신자인 관계로 일반 예식을 올리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예식장에 30여분 일찍 도착하여 1층 로비에서 차 한잔마시고 숨을 돌린 후 4층 예식장으로 올라가 혼주에게 축하의 뜻을 전했다. 사목회장님도 오셨고, 낯익은 야고보 성가대 단원들과 눈인사를 나눴다. 혼주 베네딕도님이 성가대원이므로 성가대 단원들이 총 출동하였다. 

 

시간이 되자 삼삼오오 환담을 나누던 하객들이 식장에 착석을 하고, 혼인예식이 시작된다는 안내에 이어 주례님 약력소개에 눈을 들어 단상을 보니.... 앗! 주례가... 낯익은 얼굴이다...ㅎ

 

이곳 블로그에 가끔 들어와서 '선생님~ 선생님~' 하며 장난치던 라파엘씨가 아닌가! 로비에서 라파엘씨가 보이지 않아 피치못할 사정이 있나보다 했는데 주례석을 점령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예식이 시작되었다. 주례가 실수 할까봐서 가슴이 콩당거리고 긴장된다. 지난 달, 우리 구역 남성 모임때 라파엘씨가 불청객으로 참석하여 위트와 유모어로 자리를 즐겁게 이끌어 주던 타고난 재변이기는 하지만 이런 공적인 자리는 성격이 다르지 않은가...^^  친누님이 아마도 이런기분일거다...

 

불안한 마음으로 주례를 주시하고 있는데 맞절을 마친 신랑 신부가 주례를 향해 돌아서지 않고 그대로 서 있다. 옆에있던 성가대원인가? 친인척인가? 남성분이 신랑 신부를 주례쪽으로 돌려세우라는 손싸인을 두어차례 보냈음에도 주례가 알아차리지 못하였는지 예식은 그대로 진행된다. 

 

-제가 며칠전에 신랑 신부를 불러 서약서 쓰라고 했습니다. 신랑은 신부에게, 신부는 신랑에게 진심을 담아 작성한 글을 본인들이 낭독하겠습니다.-

 

(아~ 그래서 서로 마주 본채로 서 있게했구나~)

 

예식 말미에

-백년가약의 약속으로 제가 신랑 신부에게 묻겠습니다. 신랑 이혼하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까? 큰 소리로 하객 증인을 향해 맹세해 주십시요.-

 

"네. 이혼하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신부도 이혼하지 않겠다고 증인들 앞에서 큰 소리로 약속해 주십시요.-

 

"네. 이혼하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사진 촬영을 마친 주례님이 우리들이 식사하는 자리로 내려왔다.

 

 

-선생님~ 나 실수 하지 않았지요?-

 

"라파엘씨가 보이지 않아 의아 했는데 주례석에 등장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못했어요. 판에 박힌 주례사보다 훨씬 좋았고 특히 이혼하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살겠다는 맹세가 마음에 들어요. 요즘 이혼이 다반사라 꼭 필요한 다짐이었어요"

 

 

 

 

2012/05/28

 

-표주박~

 

 

'표주박의 散文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넉살  (0) 2012.09.13
얼굴  (0) 2012.09.01
이상한 꿈  (0) 2012.04.26
감사합니다, 부끄럽습니다  (0) 2012.04.17
선서  (0) 2012.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