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넉살

샘터 표주박 2012. 9. 13. 00:03
 

 

 

 

 

<사진 : 초대입구에서..>

 

 

우리구역 남성모임은 정해진 날자없다. 남자 일곱분 중 주야 격일 근무하

시는 분, 개인택시 사업자 두 분, 그 분들 중심으로 쉬는 날을 잡아 매월

정하곤 한다.

 

이번 달 모임은 첫 목요일인 지난 9월 6일이었다.

'유스티노' 형제님은 사업장이 강원도여서 여름엔 주로 그곳에 머무르지만

구역 모임 만큼은 빠지지 않고 참석하신다. 오늘도 구역 모임을 주관하려고

강원도에서 손수 재배한 채소를 싣고 왔단다.

 

남자분들 모임이고 우리 아낙들은 후원자이므로 바오로는 먼저 유스티노님

댁으로 가고 나는 느긋하게 미사와 성시간까지 참례하고 한시간 정도 늦게

갔다. 이미 '복음나누기'를 끝내고 술잔이 두어순배 돌아간 듯,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교자상 두개가 안주로 가득하고 안주인 아네스 자매가 안주접시를 연신

나르다 나를 반긴다. '간단하게' 차리라고 누누히 말했건만 소용이 없다.

"이렇게 차릴거면 저녁먹지 말라고 미리 전화 주지 그랬어..."

"우린 구역장님이 하시는 대로 따라해요"

"나야 큰 성님이니까..하하하..."

 

요즘 빠질수 없는 대통령 후보자들에 대한 나름의 검증도 특급 안주였고

노후 대책도 빠지지 않았다. 위암수술 받은 베드로 형제님은 보험금 수령

할때 설계사의 말을 따랐다가 손해를 본 경험담을 토로하자 사비나가

'마눌 말은 한마디도 안듣고 보험 설계사 말에 넘어갔다. 귀가 얇다'는

고발성 멘트다. 이 말끝에 안당 형제님이

 

"마눌 말 잘 들으면 떡이 생긴다"고 정리를 하니까 이때다 싶은 아낙들의

넉두리가 묵은 보릿자루 옆구리 터지듯 술술 터져나왔다.

 

"이말은 누구가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어요"

"왜? 베네딕도 형제님도 엘리사벳 말 안들어?"

"내 말은 한마디도 안들어요. 대모님!"

"우리 이양반도 마찬가지야. 이 무릎 보호대가 증거야. 이거봐 짝짝이지?"

 

통 넓은 바지를 걷어 올리며 무릎 보호대를 보여 주었다.

며칠 전, 바오로가 종로에 나간다기에 의료기상에서 무릎보호대를 사오라고

부탁했더니 재질도 탄력도 착용감도 좋은 제품을 사왔다. 반대쪽에도 하면

좋겠다 싶어 먼저 구입한 상표NO와 케이스까지 챙겨 주었다. 행여나 엉뚱한

제품을 살까봐 '같은 가게에서 같은 제품을 사올 것'을 신신당부 했는데도

다른 제품을 사왔다.

 

"그토록 부탁했건만.. 도저히 이해가 안돼.."

 

내 말을 듣던 바오로가 정색을 하며 해명한다.

 

"나중에 사온게 더 좋은 거야. 그게 더 비싼거야"

"다른데서 샀죠?"

"응"

"신축성도 못하고 벌써 포푸레기도 일고 색상도 짝짝이고. 속았어요"

"아니야. 소재도 더 좋은거라했어"

 

서로 우기니까 요셉형제님이 끼어든다.

 

"형님은 더 좋은거 사다드리려고 비싼거 골랐어요. 내가 봤어요."

"맞아요. 우리 면목역에서 만나서 셋이 같이 갔어요. 그거 모르셨죠?"

유스티노 형제님까지 가세한다. 강원도에서 일부러 와서 만났다고...

 

내 몬살아.... 하하하....

 

 

 

2012/09/13

 

-표주박~

 

 

 

'표주박의 散文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1)  (0) 2012.11.05
사랑이란 두글자   (0) 2012.10.16
얼굴  (0) 2012.09.01
다짐이 필요해!  (0) 2012.05.28
이상한 꿈  (0) 2012.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