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끝나고 종이컵 커피 타임이다. 대녀가 커피를 뽑아 들고 왔다. 탁자위에 놓인 대녀 가방을 빈 의자위로 옮기는데 크로스 끈이 꼬여있다. 꼬인 끈을 풀어 다시 고리에 끼우고는 슬며시 어깨에 걸쳤다. 옆 탁자에서 차를 마시던 단장 레지나가 내게 한마디 한다.
"형님~ 뭐하시는 거예요?" "응? 명품빽 걸쳐보는거야... 우리나라 여성들 평균 명품 9개 정도는 애장한다잖아. 명품백 울러맨 기분이 어떤가 느껴 보려고..." "맞아요. 그 기사 저도 봤어요." "옛날에는 옷, 가방, 구두를 매치해서 입어야 사람이 돋보였는데 요즘은 추리닝 차림에도 명품가방만 들면 사람이 폼 나 보이니 내 눈까지 이상해 졌어"
최소 100만원이 넘는 뤼이비통 가방이 국민가방이 되었고 그 통에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명품 가격이 비싸다고 한다. 속아서 짝퉁을 구입한 경우도 50%에 육박한단다. 인터넷 몰에 공개된 짝퉁이라도 구입해 들어야 한다는데... 이 명품병 어이할꼬...
동갑나기 대녀는 딸이 쓰다가 물려준 명품백이라는데 난 실증 난다고 던져줄 딸도 없으니 명품가방은 아마도 내 평생 들어보지 못하고 여생을 마감 할 것 같다....ㅎㅎㅎ
엊그제 마련된 귀한 자리에 무얼 입을까? 무얼 들까? 망설이면서 작년 가을에 작은녀석이 사 준 니트 위에 15년전 바바리를 걸쳤다. 발목까지 덮던 롱 바바리 길이를 줄이니 앞으로 10년은 더 입어도 되겠다 싶고, 유행이 지난 작은 가방까지 들고 거울앞에서 매무새를 살피다가 아들에게
"엄마 어떠냐..." "괜찮은데요..."
그러면 그렇지! 딸이라면 이 옷은 이러네... 이 가방이 저러네... 하며 엄마를 세련되게 코디 할텐데... 유행에 아둔한 아들뿐인 엄마는 우중충할 수 밖에......^^
2013/04/12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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