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입대

샘터 표주박 2014. 8. 29. 23:51

 

 

 

 

 

 

 

 

 

3개월전 입교한 예비신자와 '가톨릭 혼인교리'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 주고 집 어귀에 다달았을즈음 아네스를 만났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다가 잠시 멈추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옆에서 같이 걷던 까까머리 청년도 어색하게 웃으며 허리를 굽힌다. 대녀가 청년에게로 눈길을 주며 

 

"대모님, 아들이에요."

"응~ 입시 기도하던 아들이구나~"

"네.. 내일 입대해요"

"오~ 나라 지키려고... 아까운 머리도 미리 깎고..."

"대모님, 기도해 주세요!"

"그래... 요즘 병영이 그모양이라서.... 어쩌나.... 아네스.. 걱정이 많겠다. 선임병에게 맞지 않으려면 눈치껏 납짝 엎드려야해.. 방법이 없잖아..."

 

하필이면 윤상병 사건을 비롯한 몇건의 병영사고가 터진 시기여서 아들을 입대시키는 아네스 마음은 더 걱정이 클것 같다. 나 역시도 아들을 군대에 보내본 경험이 있긴하지만 도움이 될 만한 몇마디가 궁색하여 그저 싹싹하고 고분고분하면 한대라도 덜 맞겠지 하는 마음에서 한마디 했다. 부모는 신병때는 심하게 맞을까 걱정, 고참이 되어서는 후임병에게 되물림할까 걱정이고... 이래저래 제대 하기까지 부모의 속은 숱검정이가 된다.

 

거의 20년 전 한달 간격으로 두 아들이 입대했었다. 그때는 회사에 매인 몸이라 논산까지 따라나서지도 못하고 별이 촘촘한 새벽에 현관을 나서는 아들 등뒤에대고   

'기압받을 때 고개 숙이고 눈 감고 맞아야해. 눈을 치켜뜨면 혹여 반항하는 것 처럼 보여 더 맞을 수도 있으니까' 신신당부했던 말이 주마등처럼 흐른다. 

 

아들을 낳아 사랑과 정성으로 늠름하게 키워 나라 지킴이로 군에 보낸다는 뿌듯함보다는 현역병 입대가 '못나고 무능한 부모 탓'이라 자책하게 하는 병영내의 '인격 말살의 행태'가 한없이 개탄스럽다. 

 

 

 

 

 

 

 

 

 

 

 

 

 

†하느님!
아네스 아들! 
 
입대할 때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하는 부모 품에 
돌아올 수 있도록
 
지켜 주소서! 
.
 
 
 
 
 
2014/08/29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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