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배려

샘터 표주박 2014. 9. 22. 14:17

 

 

 

 

 

 

 

 

 

"ㅇㅇ아파트 앞에 왔는데요 어떻게 찾아가야 합니까?"

"아파트 정문 좌측 아스팔트 골목에 보이는 2층집입니다. 제가 내려갈까요?"

"아닙니다. 곧 가겠습니다"

 

큰길 건너 재래시장 마트 배달원의 전화다. 이상하다. 마트 배달원이 바뀌었나? 아무리그래도 그렇지 길하나 건너 가까운 거리인데 웬일이지? 의아스러운 생각에 대문에 나가 '혹 윗길로 갔나?' 살피는데 저만치 아래에서 짐실은 오토바이가 우리집쪽으로 방향을 틀다가 넘어진다. 순간 나도 모르게 '어머나' 하는 비명이 나왔다.

 

눈앞에서 오토바이와 사람이 쓰러지는 게 빤히 보여도 경사길을 아픈 다리로 빨리뛰어 갈 수도 없고. 어정쩡하게 서서 보고만있었다. 쓰러진 오토바이 세우기를 거듭 실패하는걸 보니 힘겨움이 역력해 보인다. 누가 거들어주면 좋으련만 지나가는 행인도 없다. 나도 모르게 몸이 빨려가듯 뒤뚱뒤뚱 내딴엔 잰걸음으로 급히 내려갔다.

 

"다치진 않으셨어요?"

"아.. 나오셨군요."

"저와 같이 일으켜요"

"아닙니다. 제가 오토바이 일으켜 세우면됩니다. 걱정말고 올라가세요."

"정말 혼자 되시겠습니까?"

"좀 무거워서 그러는데요 걱정마시고 올라 가세요."

"제가 쌀까지 배달시켜서 무거워서 그래요... 조심하세요."

 

위치를 묻는 전화까지하고 쓰러진 오토바이 세우는 솜씨가 서툰 걸 보니 틀림없이 배달 경험이 없는 신입이다. 우리동네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 건물이 대세여서 마트 배달은 대체로 20대 힘좋은 청년들이 했는데 이분은 40대 가장으로 보여 가슴이 멍해진다.

 

전통시장 마트에서는 \30,000이상 구입하면 배달해 주기에 웬만한 생필품은 부담없이 카트에 담곤했다. 때문에 오늘도 쌀 20k, 깍뚜기용 무우 큰것 4개, 양배추, 바나나, 해물 매운탕거리, 세제 5k까지... 대충 50k는 실히 넘지싶다. 

 

짐을 내려놓는 배달원에게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정중하게 인사는 했지만 속으로는 오늘 넘어진 것.... 모두 '제 탓입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중얼거렸다.

 

가까운 마트에도 자주가는 게 귀찮아서 한꺼번에 몰아사는 이 나쁜 버릇, 나만 편하자고 배달원 힘듬을 전혀 배려하지 못한 나의 이기적인 행동을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는 배달하기에 어려움이 없을 무게만큼만 사야겠다는.....

 

 

 

 

2014/09/22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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