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새해 선물

샘터 표주박 2019. 1. 29. 18:29






새해 선물






오늘, 서울대 병원 호흡기 내과 10시 15분 예약일.  
진료 전에 촬영한 영상을 진료때 판독 하시므로
8시 전에 집을 나서야 했습니다.
 
  출근 시간대 지하철은 매우 혼잡하므로 
되도록이면 노인들 탑승은 피하라는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10시 15분 예약이므로 편의상 
어쩔 수 없이 지하철 승차를 택했습니다.
  
7호선, 깊은 한 줄 에스칼레이터를 급하게 내려가는
  젊은이들의 빠른 흐름을 맞출 수가 없어서  
한켠으로 바짝 붙어 몸을 돌려 길을 터 주며
먼저 내려가라 손짓했습니다.







영상을 찍고 진료까지 30~40분의 여유.
늘 그러하듯, 현관 입구 커피숍에 갔습니다.

아침 시간대여서 붐비지는 않았지만
매장이 협소한 탓에 우리 부부가 앉을 자리가 없어
바오로는 한켠에 서 있고 저는 커피 주문 하고,

홀 중앙 2인용 테이블 통로쪽 자리가 비었기에
창가에 앉으신 여성 분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지팡이를 짚은 바오로를 앉게 했습니다.
그러자 옆좌석 부부도 벗어놓은 패딩을 치워주어
제가 앉을 자리까지 해결되었습니다. 

곧이어 번호표 신호음이 울렸고, 
아메리카노 한 잔과 달달한 카스테라 한 쪽을
쟁반에 담아 와 바오로 앞에 내려 놓는데
마주 앉은 중년 부인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저는 집에서 커피를 마셨고요..
...카스테라는 당도가 높아서요...."


묻지도 않았는데 어색하게 웃으며 해명을 하였더니
이 어색한 미소가 다리 되어 그분과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본인은 금식 후, CT촬영하고 샌드위치로 아침을  
대신 하는 중이라며 "어느과 진료냐"고 묻습니다.

세상에...
이런 우연...
저희와 담당 진료교수가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호흡기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고
바오로는 폐암 수술후 경과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제가 병명을 밝혔습니다.


"폐암 수술할 수 있을 정도면 행복하신겁니다.
운동 많이 하시고 영양섭취 잘하시고
무엇보다도 감사하면서 즐겁게 사세요..."


그분 말씀에 직감적으로 오는 느낌...
제가 또 물었습니다.


"종교 갖고 계신가요" 
 
"네. 저는 성당에 나갑니다"

"아~ 네~ 어쩐지~ 저희도 신자여요.
면목동 성당이어요"

"저는 논현동 성당이어요.
 40년전에 유방암 수술 받았는데
그게 폐로 전이되었어요. 수술 할 수 없을 정도여서
항암제 복용하는데 점점 퍼져가고 있어요"

"저희는 점하나 찍은 만큼의 크기여서
1/2 절제했습니다"

"네. 저는 하느님께 늘 감사드려요.
올해 80. 용띠인데
40년 전에 데려갈 수도 있었건만
40년을 더 살도록 보살펴 주셔서
부모로서, 아내로서의 도리도 다했고.
늘 감사한 마음으로 기쁘게 삽니다."

"네. 저희도 하느님께 늘 감사기도 드립니다.
아들, 며늘 아기가 필요이상으로 신경쓸까봐 
일체 내색을 하지 않고. 좋은 경과만 전해요.
 그런데요. 놀라운 것은
하느님께서는 저희가 어려울 때 마다
의인을 보내 주셔서 꼭 도움을 주셨습니다.
하느님과 그분들의 덕분으로 오늘을 살고 있어요. 


이때, 바오로가 폰에 전송된
'진료 오신분은 진료카드를 제출하세요'
멧세지를 보여주기에
자리를 일어서려는데 한말씀 더 하십니다.


"두 분, 참 온화해 보이시고, 잘 사신 것 같아요.
그런데.. 올해 몇이시죠?"


"남편 바오로는 토끼띠, 저 막달레나는 닭띠로 6살차이여요.
잘 산다기보다 부끄럽지 않게 살자. 감사하며 살자.
늘 마음에 새깁니다..."


그분이 본인 나이, 띠까지 말씀하셨기에
저희의 띠도 밝혀드렸습니다.


"남편과는 동갑이었어요. 그분은 먼저 가셨구요.
두분, 보기가 참 좋아요."


자매님의 이 말씀은
그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는
가장 값진 새해 선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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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9

-표주박~















온 가족이 함께하는 행복한 설 연휴 되시고








2019/02/04

-표주박~
















설날 10시 30분,
조상님께 봉헌하는 위령미사를
집전하신 주임 신부님께서
아래 시를 낭송해 주시며
올 한 해,
우리가 살아야할 지표를
제시해 주셨습니다.  
 




새해 - 구상 
                
              
내가 새로워지지 않으면
새해를 새해로 맞을 수 없다
 
내가 새로워져서 인사를 하면
이웃도 새로워진 얼굴을 하고
 
새로운 내가 되어 거리를 가면
거리도 새로운 모습을 한다
 
지난날의 쓰라림과 괴로움은
오늘의 괴로움과 쓰라림이 아니요
내일도 기쁨과 슬픔이 수놓겠지만
그것은 생활의 율조(律調)일 따름이다
 
흰 눈같이 맑아진 내 의식(意識)은
이성(理性)의 햇발을 받아 번쩍이고
내 심호흡(深呼吸)한 가슴엔 사랑이
뜨거운 새 피로 용솟음친다
 
꿈은 나의 충직(忠直)과 일치(一致)하여
나의 줄기찬 노동(勞動)은 고독을 쫓고
하늘을 우러러 소박한 믿음을 가져
기도(祈禱)는 나의 일과(日課)의 처음과 끝이다
 
이제 새로운 내가
서슴없이 맞는 새해
나의 생애(生涯), 최고의 성실로서
꽃피울 새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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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부족한 마리아 막달레나
잘 살 수 있도록
저를 이끌어 주소서.
주님께 의탁하나이다.
아멘.












2019/02/05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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