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친지들로부터 "신자들 중에서 참한 신랑감이나 참한 규수가 있으면 중매를 해 보라" 는 청을 가끔 듣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주변의 친구나 혹은 신앙안에서 바른 가정교육을 가르친 교우들의 자녀를 떠올려 보며 "아무개와 아무개는 어울릴 것 같다" "아무개와 아무개는 부모의 가치관과 정서가 비슷해" "아~ 그댁과 그댁은 신앙심이 돈독하니까" 라고 생각하며 슬며시 마음 대로 그림을 그려 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그럭저럭 어울릴 만한 상대라 싶어 몇번 다리를 놓아준 적이 있습니다 중간 역할을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만남의 자리만 만들어 준다는 토를 달긴 했어도 젊은이들의 삶을 재단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에, "좋은 인연은 하느님의 허락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좋은 인연으로 이어기질 바란다" 라는 말과 함께 하느님께서 맺어 주시는 것임을 은근히 암시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성사된 적은 아직 없습니다. 후일담으로 들은 이야기로는 요즘 젊은이들은 대체로 첫 만남에서 feeling을 중요시 여긴다는군요. 물론 그렇지 않은 젊은이들도 있겠지만, 전광석화처럼 불꽃이 점화되고 전류가 통하는 만남을 원하며 그런 느낌이 성패를 좌우한다고 합니다. 영화나 연극, TV드라마, 아니면 소설 속에서나 있음직한 '문학적인 표현' 들이 먼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자녀들의 의식속에 팽배해 있다는군요 정보화 시대의 스피드만큼이나 feel의 교감을 중요시 여기는 신세대. 그러한 실상이 존재하는 엄연한 현실이므로 나도 이젠 구태의연한 인식과 구시대적 사고에서 벗어나 신세대 젊은이들의 보편적인 감성을 받아들이기에 이르렀습니다 저로서는 큰 발전을 하였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영국속담에 "결혼 전에는 두 눈을 뜨고 상대를 보고 결혼 후에는 한 눈을 감으라" 는 의미가 무색합니다만 선남선녀들의 감정의 흐름이야 하느님이 주관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지요 아뭏튼 신세대가 작곡한 '인스턴트 사랑의 찬가' 도 분명 그들에겐 명곡이니까요 우리세대는 알게 모르게 나름대로 일정한 틀에 의해서 사랑의 싹을 키우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만남으로 작은 씨앗이 텃밭에 뿌려지면 지표를 뚫고 새싹이 돋고 푸른잎을 키우고 꽃망울을 터뜨리는 아픔도 겪으며 건실한 열매를 맺는 과정....' 예의 그 관렴의 틀....... 우스개 이야기지만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인식의 틀에 갇혀있는 내게 '마담 뚜' 의 달란트를 허락 하실리가 없지읺있니 싶습니다. 모든 사람은 이성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나름의 이상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 어머니나 아버지가 심어준 가정생활 속에서, 또는 자신이 기억하지도 못할 시기에 갖게된 내재된 잠재의식 속에서, 혹은 주변 사람의 사랑의 모습 속에서 이상형이 형성되었을 것입니다. 이성에 대한 이상형은 각자의 개성이 다르듯, 미니스커트를 입은 긴 머리 소녀일 수도, 피부가 하얗고 속눈섭이 긴 우수에 잠긴 듯한 소녀일 수도, 또는 고운 마음씨의 해맑은 미소가 배어 나오는 소녀일수도 있겠지요 일반적으로 개개인의 성향(가치관 내지 인생관)과 특성도 이상형을 구성하는 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며 이러한 이상형은 연애 상대나 배우자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것도 아니고 여러 면면에 대한 충분한 인식도 없었는데도 "바로 이사람이야!" 하고 첫 느낌만으로도 인생을 아낌없이 맡길 수 있다는 것은 이상형에 대한 감성이 순간적으로 빠르게 작용했기에.... 다시 말해서 이상형에 대한 갈망이 첫 순간 feeling으로 결합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살아가면서 이상형을 만날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어쩌면 일생 동안 불가능한 일 일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우연에 속하는 일이고 행운을 얻은 사람일 터이므로 우린 부러워해야 할 일이지 결코 경솔한 선택이라 말할 수는 없지 않을까.... 이성에 대한 이상형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슴깊이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결국은 거의 대부분은 이상형을 만나지 못한 채, 그런 불꽃을 느껴보지 못한 채, 조금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자녀를 두고 사랑법을 터득해 가며 너와 나의 삶을 발효시키고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 첫 눈에 완성되어지는 사랑보다는 미완의 사랑을 우리들에게 주신 뜻은 "사랑의 완성을 이루는 과정" 을 더욱 중히 여기시기 때문이리라 생각해 봅니다 첫 순간의 불꽃으로 활활 타오를수 있는 사랑도 분명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가장 큰 행복의 선물' 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노력해서 얻은 사랑이 아닌 운이 좋아서 횡재한 사랑이 아닐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완전한 반쪽을 만나 부족한 얼굴을 서로의 거울로 바라보며 인내와 노력과 지혜로 너의 불완전한 절반을 자신의 절반으로 채우며 사랑을 완성시키는 사람들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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