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흑백 사진 이야기

샘터 표주박 2003. 1. 29. 10:51







 


바람소리도 숨을 죽인 가리워진 형상하나

꿈길에서 본 듯한,
어쩌면 과거로 묻어버린
잠재의 아픔 일런지도 몰라

비오는 날엔 빗줄기속을,
흙먼지 풀석거리 밭에서 질식도,
둔탁한 돌뿌리에 채이기도 했을,

그러다가 냉수 한 대접 벌컥 들이키고
다시 절반 끌려 다녔을
주인을 잃은 헌 슬리퍼.

논두렁 밭두렁 맘가고 몸가고
바쁜 걸음마다 꼬리 걸림도 좋아라
여름 내내 묻어 다닌 싸구려 허물.

인적 없는 물가에 누가 데려 왔을까?
누가 벗어 들고 왔을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디 두고
누굴 지키고 있나?

사방을 둘러 보아도
뎅그란 빈 소주병 하나.
그리고 적막...

愛憎과 榮辱으로 지쳤을까.
세상사에 지쳤을까.
먼 물안개 바라보다 첨벙 걸어 들었을까.

아니야, 아니야
무슨 사연이 있겠지
빈 갈증 술비 찾아 나섯겠지.
향그런 사람 냄새 한모금
따뜻한 사람 마음 한자락 그리워
아랫마을 내려 갔겠지.

맨발로 갔을 거야
그랬을 거야

아....어쩌면....
해고 근로자 일런지도 몰라

가족에게 차마 말못하고
이 거리 저 거리 누비다
노숙자가 되어
말 동무 하나 없는 이 세상
너무 고독해
너무 울쩍해
고향 찾아 왔을지도 몰라.
부모형제 떠나 버린 먼데
하늘에 구름에 별에
살아온 이야기 울먹이고 있을런지도 몰라

어스름 늪이 달려들고
물안개 피멍처럼 번질때
바지가랭이 접힌줄도 모르고
비틀비틀 흔들흔들
웅크리고 떠났을 지도 몰라.

길섶 갈대 숲 울음에
지친몸 눕혔을 지도 몰라

'엄마품에 안겼을지도 몰라'
'젖무덤 포근할런지도 몰라'

형상과 색채는 빛으로
존재가 가능하듯,
밤이슬 흘린 안개 걷히고
밝은 빛이 내리면
아픔도 고통도 새순으로
틔울런지도 몰라
새로운 존재로
다시금 살아 날지도 몰라.

그래도 삶은 소중했고
그래도 삶은 행복했다고
노래할런지도 몰라.

그래...그럴꺼야...






시간은 지나가는 강물이며 그 물살은 세다. 그리하여 사물이 나타
났는가 하면 금방 지나가 버리는 것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다.
새로 등장하는 것도 또한 곧 사라져 버리고 말 것이다. 인간이란
얼마나 무상하며 하찮은 것인가. 눈여겨 보라. 어제까지만 해도 태아
이던 것이 내일이면 뻣뻣한 시체나 한줌의 재가 되어버리니 네 몫으로
할당된 시간이란 그토록 짧은 것이니 이치에 맞게 살다가 즐거웁게
죽어라. 마치 올리브 열매가 자기를 낳은 계절과 자기를 키워준 나무로
부터 떨어지듯.....

-아우렐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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