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맛과 멋...그리고 美

샘터 표주박 2003. 4. 29. 22:52






맛과 멋 / 피천득


맛은 감각적이요, 멋은 정서적이다.
맛은 적극적이요, 멋은 은은하다.
맛은 생리를 필요로 하고, 멋은 교양을 필요로 한다.
맛은 정확성에 있고, 멋은 파격에 있다.
맛은 그때뿐이요, 멋은 여운이 있다.
맛은 얕고, 멋은 깊다.
맛은 현실적이요, 멋은 이상적이다.
정욕 생활은 맛이요, 플라토닉 사랑은 멋이다.

그러나 맛과 멋은 반대어는 아니다.
사실 그 어원은 같을지도 모른다.

맛있는 것의 반대는 맛없는 것이고,
멋있는 것의 반대는 멋없는 것이지
멋과 맛이 반대되는 것은 아니다.

맛과 멋은 리얼과 낭만과 같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맛만 있으면 그만인 사람도 있고, 맛이 없더라도 멋만
있으면 사는 사람이 있다.

맛은 몸소 체험을 해야 하지만, 멋은 바라보기만 해도 된다.
맛에 지치기 쉬운 나는 멋을 위하여 살아간다. (전문)


*
*
*


이글을 대할 때마다 '맛과 멋' 틈새에 푹 빠져든다.

'정욕생활은 맛이요, 플라토닉 사랑은 멋이다...'
자칫 品位를 잃을 수도 있는 적나라한 부분을 優雅하면서도 簡潔한
어휘로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단아한 언어의 자양분이 녹아있는 '맛과 멋'의 생수를 마신다


몇년 전,
어느 지체 높으신 분이 상견례에 초대된 한 사람 한 사람을
지목하며 자신의 첫 인상을 말해 달라 강요아닌 강요를 한다.

'맛과 멋을 겸비하신 분'이라는,
다분히 아부성 발언을 하였더니 얼마나 좋아 하시던지...ㅎ

'맛과 멋'을 적절히 믹스하여 말의 미각을 돋우었다고나 할까..


*
*
*


아득한 옛날, 첫 만남이 어색하였던 자리에서
"美와 멋"을 話頭로 내 놓으며 애써 분위기를 바꾸려 애쓰던 그...

美는 드러나 보이는 視覺的, 아름다움이라면,
멋은 內面에서 풍기는 優雅한 品位가 아닐런지...ㅎ


*
*
*


...해서 좋고 들어서 좋은 말, '맛과 멋을 겸비하신 분'...
...어색한 분위기 타개책으로 쓰여졌던 '미와 멋의 상관 관계'.....




'표주박의 散文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가 어원...秦(하타)  (0) 2003.05.17
바램이 있다면  (0) 2003.05.07
유월을 안고 피는 꽃  (0) 2003.04.29
오늘  (0) 2003.04.29
마음결과 마음길  (0) 2003.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