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오늘

샘터 표주박 2003. 4. 29. 22:05
 

 



"오늘"




새순 밀어내는 소롯한 소리가 온 몸을 간지르더니
벌써 4월 끝자락에서 계절의 여왕을 손짓합니다.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연초록 히죽임이 정겨웁고
은구슬 금구슬 걸어주는 아침 숲은 싱그럽습니다.



청아한 신호로 존재를 알리는 산새들 속삭임에
전자파로 찌릿하던 정수리까지 심호흡을 합니다.



늦잠자던 그루터기도 부시시 눈 비비고
쭈삣쭈삣 넓다란 엉덩이를 반기어줍니다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처럼 아늑하고 황홀합니다.



이 숲이 있기에 진정 행복합니다.






꼭 2년 전...오늘...



적막한 숲속에 옹달샘 터를 고르고
넝쿨숲을 헤집으며 설레는 마음으로
표주박을 마련하였습니다.



화사한 목련꽃이 물러간 자리에
봄 햇살 듬뿍 안은 초록이 머리를 풀고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스치는
실바람 자락에 작은 바램하나 동여매어
어눌한 언어의 샘을 팠습니다.



호젓한 숲속에 나즈막한 초막 하나 지어
초연(超然)히 살고 싶은 마음 하나만으로



사마리아 여인처럼,
샘물 한 모금 표주박에 담아
실버들 한 잎 띄워
지나가는 길손에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푸르름에
다른 의미의 기쁨 한 줌 보태어
그 앞에 내려놓고 싶었습니다.



잘 다듬어진 정원은
미숙한 자의 뜨락이 아니기에
별이 총총한 하늘을 이불 삼고,
소나무 그루터기를 베개 삼아,
상처로 헤어진 두 발을 쭉 뻗고
무거운 등짐을 내리고 싶었습니다.



*
*
*



아침 햇살이 푸릇한 안개를 걷어내 듯,
눈이 푸시도록 반짝이는 초록 이파리에서
삶의 깊이와 폭을 넓히는
새로운 존재의 가치를 찾고 싶습니다.




식물은 움직이면 죽지만
동물은 움직일 때만이 살아남습니다.


정영...움직이고 싶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닌,
싱그런 아침 햇살에
가장 어울리는 환한 얼굴로
움직이고 싶습니다.



한발 한발 내딛는 걸음이
혹여, 버거울 지라도
혹여, 혼미할 지라도


봄 강물에 떠다니는 연둣빛 소망을
참된 삶의 뜻을 일구는 몸짓으로
넉넉하고 진솔한 마음에 담아
그대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이듯...살며, 생각하며"



작은 목소리로
깊고 풋풋한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그리고 또 내일을 그렇게 잇고 싶습니다.



살아있는 마지막 날까지...




*
*
*




지금 우리가 행복하다고 느끼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뿐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사랑하는 "오늘이...." 가족님~


님들의 가정에 평안이 함께 하시기를 빌며...







 

감사합니다...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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