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바다가 어원...秦(하타)

샘터 표주박 2003. 5. 17. 20:50


 



서울대 수요 교양강좌가 있는 날이다.

허둥대며 시간에 늦지 않으려 했으나 영상시간이 10여분쯤 지나 강의실로

들어섰다. 더듬거리며 자리에 앉으니 화면 가득히 커다란 돌덩이가 눈 앞으로 다가온다. 광채를 휘감은 『秦』이라는 글자가 클로즈업되어 동공속으로

빨려든다.

나레이터는 울진 봉평 신라비에 새겨진 비문을 한자씩 또박또박 짚어가며
1.500여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시공을 넘나들며 우리에게 펼쳐 보인다.
바다가 어원이라는 글자 하나. 『秦』‥‥ 나의 두눈이 반짝인다.

그 숱한 성씨 중에 만 육천여명 정도가 고작인 『秦』氏와 인연을 맺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ROOTS』라는 드라마가 장안의 화제였을 때,
"아버지는 진시황제 후손이고 엄마는 이씨조선의 왕족이야"
그럴싸 하게 꾸며대었다.

남편은 결혼 전에도 가계의 뿌리를 찾으려 발품을 팔았으나 기록이 없더란다.
조카딸이 대학에 입학하였을 때도 조상님에 관한 레포트를 제출해야 했는데
太原『秦』 조상님에 대하여 아는게 없으니 무척 난감하였다.

그 일로 다시 조상님들의 행적에 대하여 다각도로 추적하여 보았으나 역시
만리동 부근에서 오랜동안 살았다는 것 뿐, 새로운 사실은 찾아내지 못했다
풀이 죽어있는 조카에게
"모든 기록이 6.25때 소실되었고, 조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없어졌어"

작년 시동생이 중국 태원땅을 찾아가『秦』氏 집성촌을 밟아보고 온 소감이
고작 『앎』의 전부였으니 참으로 답답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그토록 조상님의 행적에 관하여 갈증이 심했던 터였는데 역사의 숨결로
살아 움직이고 있는 『秦』‥‥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또한 삼국사기에도 기록되어 있다니.... 비록 泰原
『秦』氏 조상님들의 기록이 아니라 할지라도 어이 감격스럽지 않겠는가.

문헌에 의하면 『秦』氏는 47본으로 기록되어 있다.
공자의 제자로 상의 후손인 욱(郁)이 고려조에 공을 세워 박사보리공신
(博士輔理功臣)으로 진주군에 봉해져 진주가 본관이 된 『秦』氏와,
신라의 원병으로 참전했다가 귀화한 秦弼明의 풍기『秦』氏.

太原 『秦』氏는 필경, 나당연합군으로 신라에 옮겨와 일부는 끝끝내 太原
본관을 고집하였던게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신라시대때 일본으로 건너간 도래인으로는 백제계 소가씨(蘇我氏)와 신라계
하타씨『秦』氏가 번성하여 두 산맥을 이루고 있다 한다.
미에현의 아에쿠니신사는, 658년에 창건되어 3신을 모시고 있는데 이 중에
스쿠나비코나노미코토는 하타(秦)씨가 모시던 신이라고.

신라 시대로부터 수많은 세월이 흘렀고,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이 이 시대를
평범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살아내고 있음에 긍지를 갖는다.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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