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듣고 싶은 말 한마디

샘터 표주박 2003. 8. 4. 14:48







장마전선이 물러갔다는 일기예보 뒤끝이건만 막힌 하수구의 악취로 이 여름
삼복더위가 더욱 짜증스럽다. 생활고에 지친 에미가 세 고사리 손들을 밀어낸
뉴스에 이르러서는.. 베갯잇을 수없이 꼬깃거려야 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 걸까?
열린 마음으로 순리대로 살 수는 없는 걸까?

부와 명예를 얻기위해 썩은 권력에, 썩은 미끼를 끼워, 건져 올린 검은
생선들이 여기저기에서 악취를 풍긴다. 숨겨논 오리발을 내밀며 발버둥친다.
억울하대나 뭐래나...
그건 너도 알다싶이 묵인된 관례였는데 뭐가 문제가 될 것이 있냐고.
불쌍한 과부의 동전 한닢까지 삼킨 자들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

어제보다 나아진 것 하나 없는 똑같은 쟁점에 사로잡혀「너도 똥물, 너도 똥물」
치고 빠지는 언어의 모순을... 보고 듣는 일에 오늘을 소모하고 있으니 깊은
자괴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식의 저변에 팽배해 있는 물질 만능주의...
썩은 밧줄이라도 잡기만 하면, 일신의 영달을 쟁취할 수 있다는 사고들.
기만의 사과상자로 검은 유착관계가 판을 치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들.
권력이라는 무적함대에 실려 허덕이는 자들 위에 굴림하고 있으니 삼복더위에도
춥기만 한 허기진 빈 가슴들은 고층아파트에서 고사리를 꺾을 수 밖에 별도리가
있겠는가.
이러한 사회적 병리현상이 어찌 핵의 위력보다 못하다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지금 머리에서 떨어지는 핵보다 내부에서 요동치는 핵이 더 무섭다.

그렇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권력과 금력은 서로 상생의 관계를 유지하기에는
더 없는 파트너일게다. 절대자가 허락한 자유의지의 낭비에는 부레이크가 없으니
말이다. 이것이 바로 함정이므로 순리를 거스르는 '우리의 미래'는 바람앞에 선
촛불처럼 흔들거린다.

'가문의 영광'이라는 코믹영화에 관객이 구름처럼 몰린걸 보면 우리민족의
정서가 신분상승에 얼마나 칩착하고 있는지를 희화적으로 대변하지 않았나
싶다. 무식의 콤플렉스를 끊기 위해 벌이는 한바탕 코미디.
이 무식한 '집구석'이 벌이는'가문의 영광'에 박수를 보내는 뜻은 무얼까.

내 집안...'가문의 영광'을 위해 자녀에게 무얼가르칠 것인까...

"저 규수는... 반듯하게 키웠구먼"
"저 청년은... 떡잎부터 다르네"
옛 어르신들의 이러한 말 한마디가 듣고 싶다.

'저 집구석은 볼장 다 본 집구석..." 이런 비아냥만은 듣지 말았으면...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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