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6월의 아침

샘터 표주박 2004. 6. 10. 22:26







지난 화요일 모처럼 아침 출근시간 흐름에 끼어들었다.
지하철 7호선 청담역은 에스카레이터가 출구까지 연결되어 힘들이지 않고 땅위로 올라 섰다. 강남 대로를 꼿꼿한 자세로 활보할 수 있으니 무릎과 허리가 사람대접을 받은 듯, 호사를 한 듯, 기분이 상쾌하다.

무역센터앞 횡단보도에서 걸음을 멈춘다. 푸른신호가 들어오자 진행하던 차들이 일단정지선에 정확히 일렬로 질서 정연하게 멈춰선다. 비가 올 듯 말 듯 잔뜩 찌푸린 우중충한 하늘인데도 넓은 대로를 장애물 없이 활보하니 강남 주민이나 된 듯 어깨가 으쓱해 진다. 요즘말로 오늘 하루는 짱일것 같다.

-진즉 단속을 할 것이지...
-며 칠 전에는 차들이 절반은 침범했었는데....

몇 발자국을 옮기는 짧은 동안에도 잘 못 그어진 빗금들이 되살아난다.

"퍼 주더니 국고가 바닥 났나봐!"
누군가에게서 튀어나온 투덜거림이 아스팔트위에서 발길에 밟힌다.

지켜지지 않던 선. 지키면 바보처럼 인식되던 선. 그 선의 기능을 되찾은 것과 국고가 바닥난 것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누구나 운전석에 앉으면 운전자요 보도를 걸으면 보행자이니 걱정스러움이 담긴 말이지 싶다. 단속 목적이 신호위반에 의한 혼잡과 이에 따르는 사고예방과 보행자 보호라는 취지를 모를리 없겠지만 가뜩이나 불황에 허덕이는 서민의 주머니 사정이 부담스럽다는 뜻이리라 이해한다.

융통성 없는 정지선 단속이 교통흐름을 방해한다는 우려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지선은 생명 보호선이므로 교통흐름이 우선일 수는 없다. 지켜도 그만 안지켜도 그만이었던 선이 이제는 만인의 생명을 구하기로 작심을 하였으니 두손 들어 환영 한다. 위반하였을 땐 벌금과 벌점도 만만치 않으니 삼복더위에 열받지 않기 위해서도 규칙을 지켜야겠다.

작년이었던가? 일본에 사는 따님집을 다녀오신 분의 일화 한토막.
주행 중에 통행인도 없는 횡단보도 근접지점에서 차 멈추기를 거듭하기에 의아하게 여겼더니 정지선을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하더란다.

"한국에는 정지선이 없다" 라고 우겼다고.

귀국하여 살펴 보니 일본과 똑같은 선이 선명히 그어져 있는데 관심을 두지 않아 몰랐다고 하시며 교통문화의 차이라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단속 덕분에 버스와 승용차 틈새를 비집지 않고 횡단보도를 활보 할 수 있으니 하루아침에 선진국민이 된 기분이다. 질서는 편하다는 진리아닌 진리에 윙크를 보낸다....^^*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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