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주님, 불쌍히 여기소서..

샘터 표주박 2007. 5. 20. 19:00


 

지난 목요일(5/17)의 일이다 6월 9일 영세식을 앞둔 직장반 예비신자들,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신부님과의 면담이 오후 8시 부터 시작되었다. 면담에 필요한 제반 서류와 함께 한명씩 신부님께 안내를 하여야 하는데 9시가 지나도록 학원 선생님이 연락도 없기에 그녀의 핸폰으로 두번이나 신호음을 보냈는데도 연결이 되지 않는다. 면담을 기다리는, 혹은 마친 예비신자들과 예정된 교과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나의 폰이 울리고 조금전 눌렀던 그녀 번호가 뜬다. 우선 반가웠다. "여보세요" "조금전 한**에게 전화를 하신 분인가요?" "네" "저는 한** 언니인데 댁은 누구신가요?" "네. 저는 성당 교리 봉사자인데요. 한**님은 오늘 신부님과 면담이 있는 날인데 시간이 지났는데도 참석하지 않아 전화를 드렸습니다" "동생이 성당에 다녔습니까? 처음 듣습니다.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데요 동생이 어제밤 퇴근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강남 삼성의료원에서 오늘아침에 수술받고 지금 중환자실에 있습니다." "네? 중환자실이라구요? 어디를 수술했는데요? 상태는요?" "다리를 수술했어요" "이런...... 어쩌나.... 큰 일을 당하셨군요. 지금 예비자님들과 수업중이라 제가 한**님 번호로 다시 연략을 취하겠습니다만 언니께서도 아우님 예후를 동생 폰에 찍힌 제 번호로 알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빠른 쾌유를 빕니다" "네..... 그렇게 하지요" 나는 메모를 하며 통화를 하였고 그 메모는 면담불참 사유가 되어 신부님께 그대로 전달되었다. 통화를 지켜본 우리반 8명의 예비신자 모두가 걱정스런 한마디씩을 거들었다. 면담 후, 뒷정리를 마치고 10시 30분이 넘은 시각에 교육관을 나서는데 주임 신부님께서 성당 마당에 계셨다. 지체없이 긴급 보고를 드렸다. "그런 불상사가 있군요. 다음에 세례를 받아야지요" "너무 안타깝습니다. 제 기도가 부족한 탓인가봐요..." "......." 집에 돌아와서 자리에 들었으나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목요일 함께 봉사하는 레지나 자매와 잠시 나눈 이야기가 자꾸만 떠오른다. 가족들이 성당에 다닌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하였으니 혹여 세간에서 말하는 '종교를 바꿔서..' 라는..... 뒷말이라도 들으면 어쩌나... 하는 염려... 다음 날, 저녁때가 되도록 봉사자로서 어떤 책임감이랄까.. 안타까움이랄까.. 도무지 안정이 되지 않는다. '중환지실에서 병실로 옮겨졌을까?' '아직 미혼인데 장애라도 남으면?' 불현듯, '대모'를 서 주기로 약속한 분에게 알려야 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여보세요, 방아무개 시죠? " "네. 그런데요" "성당 교리 봉사자 아무개 인데요 한**님 대모 서기로 하셨지요?" "네.." "한**님이 16일 밤 교통사고를 당해 17일 삼성의료원에서 수술받고 중환자실에 있다고 하네요" "네? 우리직원인데 교통사고 아닙니다" "언니라는 분이 연락을 주셨는데요" "지금 옆에 있어요" "네? 그럼 바꿔 주세요!" 느릿하고 차분한 예비신자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린다. 서로 나눈 대충의 내용은, 어느 음시점에서 창문틀에 전화기를 두고 자리를 비웠을 제.... 그 사이에... 누가 장난 전화를 걸었을 것 같다는... 믿기지 않는 결론이다. 예비신자는 '그녀 목소리의 톤'이 어떠했냐고 꼬치꼬치 묻는다.... 예기치 못한 충격에 기억나는 건 서울말씨 정도.. 이러니 수수께끼가 아닌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 엄청난, 황당한 거짓말로.. 자신이 안고 있는 어떤 일상의 증후군을 통쾌한 카타르시즈로 날려 버렸을까? 그리고는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이, 정복자처럼 유쾌했을까? 그럼에도.... 하느님, 한** (체칠리아)의 건강한 목소리 들려주시어 감사드립니다.
07/05/20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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