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어느 노부부

샘터 표주박 2007. 3. 20. 18:28






 
전통사회에서는 여필종부(女必從夫)라 하여 아내가 지켜야 할 덕목들만을 
강요를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고사성어를 앞세워 '일편단심 민들레'를 
노래 부르다가는 이혼이라는 다리를 건너야만 한다.
고집 세고 가부장적인 남편의 횡포를 견디다 못해 '황혼 이혼'을 요구하는 
쪽은 주로 아내다. 여성도 전문직으로 진출하였다 하여도 아직은 사회적인 
제반 여건이 여성이 경제적으로 자립기엔 여러움이 많기에 막내가 대학입학
하기만을 학수 고대하는 아내가 있는가 하면 남편의 연금 지급 시기까지 
기다렸다가 이혼장을 내밀어 생활 보장을 받는다고 한다. 이러한 아내들의 
의식의 변화가 황혼 이혼율'을 4배가량 끌어올렸다는 통계다. 
모 제약회사의 회장님 황혼 이혼이 화제가 되기도 하였고, 팔순의 할머니가 
수십년간 남편의 상습적인 외도와 가족들에 대한 멸시와 학대를 견디다 못해 
60년동안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거금의 위자료를 받아내어 톱뉴스가 
되기도 했다. 
부부가 행복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랑과 배려와 용서로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하며 살아가는 모습일게다. 서로다른 두인격체가 합쳐져 하나의 
삶을 이루노라면 많은 것을 얻는 기쁨도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많은 것을 포기
해야 하는 아픔도 뒤따른다. 이를 극복하는 데는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
하려는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수임은 물론이다.
노령화 시대로 접어든.. 요즈음.. 노부부들.. 
남편의 건강을 챙기며 헌신하는 아내는 많아도 그 반대의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월요일, 병원 봉사하며 목격한 노부부의 아름다운 모습...
방사선과 앞에서 이런 저런분들을 안내를 하고 있는데 고희(古稀)를 넘기셨을 
것으로 짐작되는 정장차림의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태운 휠체어를 밀고 오시더니 
내 앞에서 방향을 바꿔 남자 화장실 문턱을 넘으려한다.
"할아버지, 화장실 가세요?"
"네. 할머니 소변을 받으려구요"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 손에는 검사용 종이컵이 들려져 있다. 할머니를 여자 
화장실쪽으로 안내하며 
"종이컵 주세요. 제가 받아드릴께요"
"아닙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여자 화장실인데 괜찮겠습니까"
"네"
할아버지의 말씀속에는 당신 아내의 병든 육신을 남에게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담겨져 있음을 알았다. 순간 할아버지의 남다른 아내사랑이 전해
지며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30여분쯤 지났을까. 1번 촬영실 앞에서 방사선 
촬영을 위해 대기 중이신 휠체어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발견하였다. 할아버지 
손에는 그때까지 종이컵이 들려져 있다.
"아직 소변을 못받으셨군요?"
"네. 힘드네요"
"할머니가 물을 드시면 도움이 될텐데.. 생수를 갖다 드릴까요?"
"네. 물은 여기에 갖고 다닙니다"
할아버지가 어깨에 메고 다니던 가방지퍼를 열고 생수병을 꺼내 뚜껑을 열고 
할머니 입에 대려하니 손을 휘저으며
"안 머....안 머..."
"물을 잡수셔야 할아버지가 덜 힘드실텐데 어쩌지요?"
"할수 없지요. 소변이 나올때가지 기다릴 수 밖에요"
할아버지가 아내에게 쏟으시는 정성을 할머니는 아는지 모르는지 어린아이가
칭얼대듯...
"안과 가... 안과 가..." 
큰소리로 연신 졸라댄다. 사람들이 모두 쳐다봐도 할아버지는 태연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설명을 해 주신다.
"안과는 사진찍고 소변 누고 가는 거야"
할머니가 무슨 연유로 "안과 가..."만을 외쳐대는 지는 알 수 없으나 느낌에는 
사진 찍기 싫다는 표현인 듯싶었다.
할머니가 건강하셨을 땐 할아버지의 온갖 수발을 다 하셨을 터이니.... 
이젠, 병든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수발을 받으시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남에게 맡기지 않고 손수 소변을 받으시는 할아버지의 마음씀이, 할머니가 
졸라대는 유아적인 태도에도 짜증은 커녕 일일이 설명을 해주시는 너그러움이 
참 아름다웠다.
07/03/20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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