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냉면 배달입니다

샘터 표주박 2007. 6. 29. 18:49


 
 
6월로 접어들면서 낮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날이 예년에 비해 많아졌다. 기온과 더불어 나의 무기력증도 무게를 더해가는데 남편은 지방에 내려가 있고 아이들도 자기네들 주어진 일에 치여 바쁘게 지내는 지라 하루 한번 얼굴 보기도 힘든 지경이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나니 집안 분위기가 그야말로 고요적막이다 미주알 고주알 조잘거리는 딸이 부럽지 않냐던 친구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싶다. 그렇게 지내던 지난 토요일 낮, 금요일 밤에 익산에서 올라온 남편이 "냉면 먹으러 나가자." 생일 이후 몇 번 집에 왔지만 그때마다 소소한 일로 바삐 지냈다. 아직도 때때로 소화제를 먹는데도 남편 보기에는 그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까? 아니면 마눌 생일날 혼자만의 포식이 마음에 걸려서 일까? 아님, 순전히 아내를 위한 배려에서 일까? 오장동에 나가자는 말에 '속이 더부룩 하다'고 사양 할 마눌이 아니다. 몇년 전, 마로니에 잎이 바람따라 여기저기 딩굴때였으니 11월 중순쯤 되었을게다. 지독히 시달리던 어지러움증으로 인해 서울대 병원에서 '신경성'이란 진단을 받던 날, '나 자신의 나약함'에 화가 치밀어 사력을 다해 종로 4가까지 걸었고, 그곳 LG할인점에서 반코트와 모자하나 얻어쓰고, 뒷전 시계골목 '곰보냉면'집에서 여름부터 어지러움에 시달 리느라 미음과 영양제에 의존하여 나약해진 내 오장을 매운 회냉면으로 시운전 했던 일... 남편의 근심스런 표정에 '정신력으로 극복하지 못할 대상은 없다'고 안심 시켰던 그런 일도 있지 않았던가...ㅋ 오늘도 남편은 냉면 사리위에 올려진 회무침 절반을 내 앞 냉면 그릇으로 옮겨 담는다. 함께한 오랜 세월동안 '부끄러움'을 뛰어넘어 '떳떳함'으로 받아들이는 두꺼운 얼굴이 생활의 일부가 되었나보다. 다닥 다닥 붙어앉은 옆 손님의 시선을 의식하지도 않은 채 자연스러우니 말이다...ㅋㅋ 가장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오장동의 '함흥냉면'과 '흥남집'은 우리 가족이 즐겨 찾는 곳이다. 형보다 입맛이 한결 까다로운 서방님은 '흥남집' 맛을 더 선호한다. 서방님네 가족과 이곳을 찾을땐 서방님 입맛 따라 '흥남집'으로 가곤한다. '회냉면'의 회무침에서 배어나오는 독특했던 맛과 생선의 탄력도 예전 같지는 않은 듯하고... 아뭏튼 점심 한끼의 소박한 식사로는 만만치 않은 가격(7.000원)임에도 밀려 드는 손님으로 아랫층에는 자리가 없다. 윗층으로 밀려들어가 한켠 틈새에 끼워앉아 한그릇 얻어 먹고 다음 사람을 위해 서둘러 나왔다.
07/06/29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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