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화려한 휴가

샘터 표주박 2007. 8. 7. 18:29
 
 
어제 월요일, 휴가중인 작은 아들과 점심을 먹고 한가하게 TV 채널을 꾹꾹 누르다가 "아들~~ 우리 영화나 보러가자~" "뭘 보고 싶으세요" "네가 추천해 보렴..." "그럼 '화려한 휴가'볼까요?" "시내 나갈 것 없이 집근처에서 보자" 작은 아들이 인터넷 검색해 본 결과 상봉시네마에 4시 상영분이 가능하단다 천천히 걸어가면 30분, 버스타면 15분......택시타면 10분 거리다. 날씨도 제법 견딜만하니 아들하고 걷는 것도 좋지 않은가.......호호호...... 영화제목 '화려한 휴가'는 80년 5월 18일.. 그날의 '작전명'이었다 안성기, 김상경, 이요원, 이준기 주연 '화려한 휴가'는 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자행되었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도려낼 수도 없는 역사의 비극과 상처를 다시 조명해 보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간 5.18을 배경으로 제작한 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화려한 휴가'는 그날의 생생한 기록을 바탕으로 희생자들의 면면을 그려낸 다큐멘타리성 영화라는데 차별된다 하겠다.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의 잔혹한 기록들...... '화려한 휴가'는 이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지식층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영화의 본질은 실체도 모르는 총구앞에서 피흘리며 죽어간 '불쌍한 영혼'들의 이야기이자 소박하고 평범한 삶을 살아내는 민초들이 꽃피는 계절에 '화려한 휴가' 라는 작적명으로 무차별 학살이 자행된 '절대 악'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살육를 명한 자, 발포를 실행한 자, 그들에 의해 죽어간 영혼들... 그들이 바로 내 부모이고 내 형제이고 내 자녀들이라는 사실이 우리의 불행이 있다. 눈앞에서 죽어간 아버지의 관옆에서 영정사진을 안고 '아버지가 왜 죽어야만 했는지' 까닭도 모른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어린소년, 맹인 어머니가 만신창이 시신으로 바뀐 아들 얼굴을 만지며 '내 아들이 아니여' 울부짖던 모습, 시위중에 5시 사이렌 소리에 '애국가'를 부르는 시위대를 향해 총구를 난사하는 잔인한 그들은 인간이기를 거부했다. 이요원이 애간장을 녹이며 절규하던 목소리가 생생하게 귄전을 맴돈다. 혹자는 '역사란 강자의 기록이다'라고 자조적으로 말하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약자의 기록도 규명되야 하고 강자에 의해 묻혀버린 기록도 명명백백히 밝혀 져야만 한다 이 영화는 사실성을 바탕으로 했을 뿐 다큐멘타리는 아님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면 스토리 전개를 위해 재미거리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서민의 일상을 지나치게 희화한 부분과 총구와 대치하고 있는 고도의 긴장감 속에서도 출연진들의 오버 액션이 꼭 필요했을까? 당시 현장의 사실적 상황도 저랬을까? 천인공로할 발포의 잔학상을 극대화 시키는 기법일지라도 그로 인해 공포와 슬픔이 반감된 느낌이었다... 엔딩부분에도 아쉬움이 있다. 흥건한 핏자국위에 시신들이 나딩구는데.. 관객들은 피비릿내에 코를 박고 있는데... 느닷없이 활짝 웃는... 주인공들의 행복한 웃음에.... 얼떨떨했다... 천국에서 누릴 영령들의 '행복'에 대한 묵시적 암시일까? 차라리... 그당시의 화보들을 흑백처리 하여 올렸더라면 하는 아쉬움.....^^
07/08/07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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