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생각난다..^^ 그날,

샘터 표주박 2007. 7. 30. 15:02
 
 
7월 마지막 휴일이었던 어제 29일, 서울 근교 북한산과 수락산 등반길에 올랐던 등산객들이 낙뢰(落雷)에 맞아 5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는 우울한 소식이다 장마철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리는 경우가 많은데다 최근엔 기상이변으로 낙뢰가 자주 발생하므로 등산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는 보도를 보며.. 몇년전 도봉산 만장봉을 오르다 만났던 낙뢰의 순간들이.. 아스라한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그때도 장마가 오락가락하던 7월 마지막 월요일이라 기억된다 가족들이 출근을 마친 한가한 아침나절, 성당에서 함께 봉사하는 C에게서 전화가 왔다. 월요일은 본당 휴무일이므로 원장수녀님과 도봉산에 가자는 전갈이다. 쌕에 간식과 우산을 챙기고 도봉산행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일행과 합류했다. 도봉산 매표소를 지나 한적한 계곡을 따라 오르다 널다란 바위에서 점심과 과일을 먹고 도란거리는 물소리에 새소리에 몸과 마음을 적시며 여름 산행의 진수를 만끽하며 능선을 따라 만장봉을 향했다. 능선에 거의 올라섰을 즈음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지더니 후두둑 후두둑 나뭇잎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가 수런대기 시작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빗줄기는 땀방울을 식혀주는 바람결 처럼 그저 반갑고 정겹게만 여겨졌다. 세사람 모두 이구동으로 빗속 산행이 더 재미있고 운치 있노라.. 합창을 하며.. 먹구름이 몰려와도 싱그러운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철나간 여인네들은..^^ 그저.. 마냥.. 즐겁기만 했다. 이윽고 빗줄기는 점점 거칠어지고 계곡의 물소리도 세찬 아우성으로 변하였고 사방에 어두운 커틴이 드리워지는가 싶더니 섬광이 바위산을 가른다. 이어 세상이 무너지는 굉음이 하늘과 땅을 향해 곤두박질 친다. 띄엄띄엄 보이던 등산객들도 어디로 갔는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아득한 산속에 우리 셋뿐이라는 섬짓함에 모공이 좁혀오는 공포가 느껴졌다. 연이여 번쩍이는 섬광과 굉음이 온몸을 때릴 것 같은 절박감에 반사작용으로 손에 들고 있던 우산을 팽개치고 세여자가 동시에 땅에 납짝 엎어졌다. 하늘은 사정없이 머리위에서 번뜩이고 일어서서 걷는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낙뢰는 주변 가장 높은 곳에 떨어질 가능성이 많으므로 우선 능선 아래로 몸을 피해야 겠다고 판단되는 순간, 최대한으로 몸을 낮춰 엉금엉금 기어 피신할 곳을 찾았지만 여의치 않았다. 계곡을 따라 앉은뱅이 자세로 얼마만큼 내려왔을까... 하늘이 울다가 지쳤는지 조금은 그만해 졌다. 살아났다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는 엉덩이로 기어 내려오느라 흙투성이가된 서로의 몰골을 쳐다볼 여유도 생겼다. 먼 먼 동화속 나라에서 살아나온 주인공이라도 된 듯... ...아찔했던 기억이 새롭다 ...^^
07/07/30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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