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이럴 때, 참으로 난감했다요

샘터 표주박 2007. 11. 5. 20:27
 

여러분.....^^
저도 이젠 여담을 풀어놓을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바오로를 서울로 이송할 때, 
지금 생각해 봐도 웃을래야 웃을 수 없는 어이없는 일이 있었답니다.
바오로가 '교통사고'를 입었다는 전갈을 받고 제일 먼저 챙긴것이 멀미약이었습니다..
저는 차멀미를 몹시 하기 때문에 길을 떠날때는 가방속에 멀미약부터 챙기는게 습관이
되어버렸지요. 
저녁 6시 40분쯤에 사고소식을 접하고 큰아들과 함께 익산 원광대 병원에 11시를 조금 
넘긴시각에 도착하였습니다. 응급실 의사들로부터 환자의 상태가 급하니 빨리 서둘러 
수술해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서울로 옮겨 수술받겠다'고 했습니다.  
이�날 제반 수속을 마치고 10시 반경에 환자를 이송하려고 앰블런스를 불렀습니다.
물론 준비해간 멀미약을 출발전에 복용하고 환자와 함께 저도 보호자석에 동승하였구요
차가 시동을 걸자 멀미약이 혈관을 타고 흐르는 불쾌한 신호가 점차로 느껴집니다.
--신호음을 울리며 질주하는 앰블런스의 숨넘어가는 사이렌 소리도 
--때때로 길을 열어놓으라고 호령하는 무시무시한 마이크 소리도 
안개를 헤집고 퍼지는 메아리가 그럴까? 그저 아득하게만 귓전을 맴돕니다.
이렇게 몽롱한 정신으로 얼마를 헤매였을까? 십여분? 아님 20여분?
앰블런스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 통에 남편을 묶은 간이 침대가 앞으로 쏠리면서.... 
 " !!!!...악....!!!!... 나 죽어!!!!"
남편의 비명 소리가 헝클어진 머리속을 전광석화처럼 안개를 몰아냅니다.. 
운전석과 환자석사이에 트인 하나뿐인 작은 공간을 통해 운전사 어깨넘어로 밖을 
살펴보니 남편이 탄 앰블런스는 국도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한 듯, 수려한 넓은 길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운전수 입에서 거친말이 거침없이 튀어나옵니다.
"개ㅇㅇ...."
환자에게 다시 충격이 가해질까봐 바닥에 주저앉아 환자를 부등켜 안았습니다. 
급브레이크를 밟은 이유가 궁금하여 몸을 비틀어 목을 길게 빼고 밖을 주시하였더니 
이게 웬일입니까...
고급 승용차 한대가 앰블런스 앞에서 알짱거리며 '갑자기 속도를 냈다가 갑자기 
서행했다가'를 반복'하는게 아닙니까. 그러고보니 두세차례 몹시도 흔들렸던것도 
저 고급승용차때문이지 싶었습니다.
"아니 저 차가 왜저럽니까? 길을 열어주기는 커녕 앰블런스 주행을 방해하네요...."
"우리를 죽이려고 작정했나봅니다"
이십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젊은 운전사는 오기가 발동하였는지 문제의 고급승용차
뒤에 바짝 붙어 앞차 속도에 맞춰 주행과 서행을 반복하며 불쾌하다는 시위를 합니다. 
그차가 갓길로 빠지니 남편을 실은 엠블런스도 갓길로 뒤따르고 드디어 고급승용차는 
천안 톨게이트에 멈춰섰습니다. 
앰블런스 가사는 때를 놓치지 않으려고 차에서 내려 고급승용차 앞에 두팔벌리고 
가로막았는데 고급승용차가 앰블런스 기사를 밀어버려 엠블란스 기사 허리에 피가 
맺히는 찰과상을 입는 사건으로 확대되어 버렸습니다.
앰블런스 기사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핸폰으로 경찰을 부르고......... 
잠시 후 경찰 사이카 두대가 왔고.... 고급승용차 기사분은 그제서야 차에서 내렸고........
서로 상대방을 향해 삿대질과 욕설이 오가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는 냉방도 제대로 되지 않은 엠블런스 속에 갇힌채로 30여분 기다렸지만 두사람의
욕설만 난무할 뿐......... 경찰이 개입했어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남편은 
"아이고.... 나 죽어.... 무슨일이야...."
참다못해 저도 앰블런스에서 내렸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일입니까.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예요. 촌각을 다투는 교통사고 환자라구요."
서로 흥분하여 톨케이트를 벗어난 지점으로 옮겨가 다시 옥신각신입니다. 
경찰은 '네 탓'만 주장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경청만 할 뿐....  뽀족한 대책이 없습니다....
"저 속에서 신음하는 환자를 생각해 주세요. 
앰블런스 기사분... 아무리 억울해도 환자 생명이 우선입니다"
애원하였지만 소용없는 일입니다. 이번엔 경찰차가 출동했습니다. 
경찰 간부급으로 보이는 분들이 네명이나 내렸고.... 다시 이러쿵 저러쿵 변명하고 
상대방을 향해 삿대질하는 상황이 재연되었고.....  급기야.....  참다못한 제가 비명을 
질러버렸습니다.....
"앰블런스 기사분은 잘못이 없습니다. 
위급함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도 들었을테고 마이크로도 몇번씩 멘트를 보냈음에도
빨리갔다 늦게갔다 곡예를 부리기에 처음엔 음주차량인가 했습니다. 
오죽이나 열받았으면 여기까지 따라왔겠어요. 이제보니 이사람은 완전 고의네요. 
나이먹은 사람이 몰상식하게 고속도로에서 엠블런스를 상대로 장난을 치고, 게다가 
사람을 이렇게 밀어버릴 수 있는건가요? "
마지못해 경찰이 한마디 거듭니다. 
"아주머니가 증인 서 줄수 있습니까?"
"네. 그렇게 하지요.    이름ㅇㅇㅇ    주민번호........   전화번호......"
먼저 온 사이카 경찰이 받아쓰고 경찰 간부로 보이는 이가 그제서야 나섭니다.
"이봐!  당신! 
응급차를 방해하고..... 게다가 사람을 이렇게 밀어붙이고.... 당신은 구속이야..."
구속이라는 말에 겁을 먹었던지 그제서야 뻣뻣하던 고급승용차가 목소리를 낮추고 
"젊은 양반, 어쩌다보니 고속도로에서 실수를 했네. 미안하이...."
하고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합니다. 
앰블런스 기사는 제 얼굴을 보더니 마지못해 손을 잡으면서.........
"환자분을 서울 병원으로 모셔다 드리고 내려올 때 경찰서로 가겠습니다. 
그때 다시 이야기 합시다."
이렇게 하여 남편은 한시간여를 찜통 엠블란스속에서 더 신음 했답니다.
07/11/05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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