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남편의 자리 아내의 자리

샘터 표주박 2002. 3. 12. 22:56
★ 이야기 하나 ★ -나의 사랑은 깨끗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이혼합니다 그 여자는 이제 환갑이 지난 나이였습니다 머리는 히끗히끗 해졌고, 주름은 깊게 패여 있었습니다. 남편은 삼년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식들은 모두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여자는 죽은 남편을 걸어 이혼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판사가 말했습니다 "남편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이미 죽었습니다." "그럼 세상에 없는 남편과의 이혼이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판사님! 그러나 저에게는 필요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혼을 해야겠다는 마음 이였습니다. 판사는 그 여자에게 질문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혼 이유를 정확하게 말씀 해 주십시오" 그녀는 차분하고 똑똑하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남편과 사십년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거짓과 위선이라는 것을 몇 달 전에 알았습니다. 남편은 아무도 모르게 다른 여자를 두고 살아 왔으며 자식 까지도 있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속아서 살아온 피해자입니다 그러므로 더 이상 남편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판사가 말했습니다. "부인, 이미 남편은 죽은 사람인데 용서 해 줄수 있지 않습니까?" 그때 아내가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나의 사랑에는 거짓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는 끝내 죽은 남편과 이혼을 하였습니다 남편은 죽어서 이혼을 당했습니다. *김요한의 부부들의 사랑이야기 중에서 ★ 이야기 둘 ★ -부부란 나를 버리고 우리를 얻느니라 어느 마을에 부부가 있었습니다 부부는 서로 싸움으로 살았습니다 남편은 아내를 미워하고 아내는 남편을 미워했지요 그러다가 끝내는 이혼하기로 결정하고 하느님께 갔습니다. 그리고 이혼하도록 허락해 달라고 하였지요 그때 하느님이 말했습니다 "너희 시간을 두 달 동안만 나에게 주어라. 그러면 이혼을 허락하리라." 그렇게 하겠다고 부부는 약속을 했습니다. "그럼 남편이여, 한달 동안만 너는 아내를 위해 살아라. 그동안 너는 너의 주장도 너의 몸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오직 아내의 뜻대로 살아야 한다. 그리고 아내여, 다음 한 달 동안은 너의 남편을 위해 살아라. 그동안 너는 너의 주장도 너의 몸도 마음대로 못한다. 모두 남편의 뜻대로 살아야 한다" 이렇게 약속하고 부부는 두 달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난 다음 하느님이 부부를 불렀습니다. "이제 되었도다. 자, 그럼 지금 이혼을 허락하마." 그때 부부가 말했습니다 "아니에요, 하느님! 우리는 이제야 부부가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우리 부부는 오래오래 함께 살겠어요." 하느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래라, 부부란 나를 버리고 우리를 얻느니라." *김요한의 부부들의 사랑이야기 중에서 ★ 이야기 셋 / 표주박 ★ -남편의 자리 아내의 자리 저의 집에서 해뜨는 쪽을 향해 5~6분 정도 걸으면 해발 350M 되는 낮으막한 용마산 품에 안깁니다. 계곡을 따라 30분 쯤 숨을 몰아쉬면 소나무 그림자도 일렁이고 한강물 줄기도 저 멀리 누워있고 자운봉도 환하게 흰 이를 드러내며 손을 내미는 제법 괜찮은 소박한 산입니다. 일요일은 바오로와 평일엔 혼자 찾아드는 곳이기도 합니다. 며칠 전 차림새로 보아 출근은 하였으나 갈곳이 마땅치 않아 이곳으로 접어들었음직한 40대 가장을 아침 산책길에서 보았습니다 순간 이런 저런 생각으로 저의 머리가 소란스러워졌습니다. "한창 일할 나이에....... 저 분의 아내는 남편이 아침에 산속을 헤매고 있음을 알고 있을까?" "아이들에게 출근하는 모습을 보여 주려고 집을 나섰을 거야" 오래 전 TV에서 방영되었던 외국영화 한 장면이 훌쩍 지나가며 긴 여운을 남깁니다. 어스름 해 그늘이 지는 식탁에 어머니와 삼남매가 둘러앉아 있습니다. 서너 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 녀석이 "엄마, 배고파요 밥 주세요" 라고 말합니다, 조금 큰 두 언니들도 덩달아 "우리도 배고파요" 그때 젊은 엄마는 단호한 어조로 "안돼. 아빠가 오시면 함께 식사기도를 하고 먹는 거야. 아빠는 우리를 위해서 얼마나 애쓰시며 이 음식을 마련하시는지 생각해 보렴." 하면서 타이르는 것입니다. 그 아버지는 농부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엄마는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헌신하시는 분으로 존경받아야 할 분] 임을 아이들이 어렸을 적 부터 심어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버지에게 [최고의 아빠 자리, 최고의 가장 자리] 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입니다. 아버지를 훌륭하고 소중한 분으로 인식시켜 주는 어머니! 남편의 노고와 권위를 인정하며 가장의 자리를 만들어 주는 아내는 자신의 [지혜로운 아내자리, 자비로운 어머니자리] 도 더불어 마련하고 있지 않았을까? IMF이후 가장의 위상이 흔들리고 무너지는 요즘 그런 아내와 그런 어머니의 역활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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