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아름다운 뒷모습은...

샘터 표주박 2002. 3. 20. 09:27

 

 

 

 





 

1.

새해, 이른 아침 어둠속에서 떠오르는 붉은 해를 바라보며,
부푼꿈과, 막연한 소망을 기원하고, 어떠한 일이든 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활기찼습니다

서로 격려하며 주고 받는 환한 미소,
손에 손을 잡은 환희의 얼굴과 얼굴,
사랑하는 연인들은 연인들 대로,
조금더 높은 희망의 태양을 보여주기 위해 아이를 하늘높이 들어올린
사람도, 모두가 한 뜻이므로 도무지 낮설지가 않습니다.

일출을 바라보며 염원하는 그들의 뒷모습엔,
저마다 현실에 대한 애착과 미래에 대한 희망과 활기찬 삶을 향한 소중한
각오가, 비장하리 만치 깊고 크게 각인되어 시야에 들어옵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각오가 투영된 그들의 뒷모습이 떠오르는 태양처럼
장엄하기까지 합니다.



2.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할때 "뒷 모습이 더 예뻐요" 뒷거울을 보이면
'앞이 더 예뻐야지...' 하는 마음으로 늘 시큰둥해 집니다.

딸은 딸이라서, 아들은 아들이라서 외모때문에 사회생활에 불이익을
당할까봐 걱정을 하기도 하지요. 내적인 것 보다 외적 치장에 더
신경이 쓰입니다.

사람과의 첫 만남에서, 그 사람의 성격과 능력, 인격의 갖춤 보다는,
서글서글한 눈매, 오똑한 콧날, 늘신한 키, 게다가 이제는 피부까지
앞세웁니다. 외모가 수려한 사람에게 호감이 가는거야 어쩔수 없는
거지만, 표피적인 가치를 더 중시여기는 풍조가 도를 넘는다 싶습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이 진리처럼 되어버린 요즘, 너 나 할것
없이 외모가 사람의 평가 기준의 우선 순위로 되어버린 작금의 세태를
보며, 기왕이면 다홍치마가 아닌 무조건 다홍치마라는 풍조는 알곡을
잃는 우를 범할까 싶어 심히 염려스럽습니다.

미용실에서, 혹은 값비싼 옷으로, 또는 성형수술로 사람의 눈을 현혹
시킬수는 있지만 뒷모습은 꾸며지지 않은 실체이므로 숨김없이 드러
납니다.

우리는 앞서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삶의 길을 걷습니다.
제 아무리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사람일지라도 거울없이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기에 포장된 자신의 모습은 볼수 없다
해도 앞서가는 이들의 적나라한 뒷모습을 보며 자신을 뒤돌아 볼수는
있습니다.

나의 부끄럽지 않은 뒷모습을 위해,
과연.... 얼마만큼 노력하고 있는지.... 숙연해 집니다.



3.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아기가 태어날때,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발버둥
치며 울면서 태어납니다. 실로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는 이러한 모습을
성인이 되어서도 평생 껴안고 살지요.
기뻐서 울고, 슬퍼서 울고, 돈과 명예와 권력을 손에 쥐려고 두 주먹을
불끈쥐고 매일 대문을 박차고 뛰어나가 발버둥을 칩니다.
성취라는, 성공이라는 팻말을 하늘에 걸고 썩은 밧줄에 매달린채 이른
새벽부터 불확실한 미지를 향해 브레이크도 없는 핸들을 잡고 돌진합니다.

우리의 인생길은 반듯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떠나는 것,
절대자가 허락한 섭리임에도 우리는 앞만 바라보며 과속으로 달립니다.

우리 사는 모습을 드려다 보면, 욕심과 아집과 허욕의 크기를 키우는
사람, 오로지 대상 만을 향해, 목표만을 향해, 저돌적으로 대쉬하는
사람, 이웃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아량곳 하지않고 자신의 풍요와 안락
만을 위해 공격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반면, 부족하지만 사랑과 섬김과 나눔의 삶을 영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의 얼굴 모습은 전혀 다릅니다. 욕심과 욕망의 주머니가
커버린 사람은 채우고 채워도 부족하므로, 늘 쫓기는듯 불안하여 매사에
과민반응으로 일관하지만, 섬김과 나눔과 사랑이 머무는 이들에게는
평안과 기쁨이 있습니다.
사랑은 나누면 커지고, 슬픔은 나누면 가벼워지므로 부족함 속에서도
웃음이 있고, 미소가 있고, 평화가 있습니다.

한번 주어진 삶은 절대자가 베푸신 자비이며 행운이고 축복입니다.
이 소중한 행운의 때를, 채우고 또 채워도 부족한 시간으로 소진 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조금 괴롭더라도, 조금 춥더라도,
충만이 있는 시간, 너와 내가 등기대어 체온을 나눌수 있으니,
오른손이 하는 일, 왼손도 모르게, 드러내지 않고 세상을 밝히는,
마음이 가난한 이들의 뒷모습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테지요.



4.

물러설 때를 알고 행동하는 사람의 뒷모습은 매우 아름답습니다

"노병은 조용히 사라지는 겁니다."
맥아더 장군이 한국전쟁와중에 물러나며 명언을 남겼지요

지난 해,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총리도 수십년 동안 몸담아온
정계를 떠나며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세간에서는 그의 은퇴에 많은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지만, 지난 96년 중의원 선거 때
"차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 는 유권자와 약속을 지킨 것입니다.
정계 은퇴를 만류하는 이들에게 오히려,

"더 이상 결단을 미룰 경우 늑대 같은 노인으로 불릴 것이다" 라며
정계 은퇴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전합니다
노정객의 떠날 때를 아는 뒷모습,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조국에 유례없는 경제호황을 안겨주었던 네델란드 총리도, 7년간의
총리직을 미련없이 떠났습니다.
노동당의 정치기반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성공한 정치인으로,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행복한 총리였던 그였지만,
은퇴를 만류하는 이들에게

"물론 한번 더 총리후보로 나설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국가나 당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의 무라야마 노 정객 못지않게 '뒷모습이 아름다운 정치인' 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이들 외에도 "60세를 넘어서까지 정치를 하지 않겠다' 며 정계를 떠난
영국의 패디 애슈다운, 미국의 제시 헬름스 상원의원 등....
외국에는 멋있는 정치인들이 많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뒷모습이 아름다운 정치인' 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별로 떠오르지 않습니다.



5.

고매한 인품에서 발하는 그윽한 향기로, 젊은 이들에게 표양이 되는
참 어른의 모습... 황혼이 물든 언덕에 호젓이 서있는 노년의 뒷모습에서
인생의 아름다움을 봅니다

살아온 날 보다 짧은 훗날,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며 미소지을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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