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외로웠어요

샘터 표주박 2008. 7. 21. 11:16
 

서울 교구에서 실시한 교리봉사자 심화교육에 참석하던 날, 
주교님께서 집전하신 미사가 끝난 후 손폰 전원을 눌렀다. 부재중 전화 중에  
'성당 사무실'이 눈에 띄인다.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더니 어느자매가 지금 ㅇㅇ 병원에 입원중이라며  
무턱대고  63구역장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더란다. 도움을 청하려는 것 
같았으나 구역장님 이름도 본명도 모르는데 함부로 알려줄 수도 없어서 
자매님 연락처를 메모해 두었단다.
집에 오자마자 몇몇 경로를 통해 'ㅇㅇ 세시리아' 자매에 대해 나름대로 
수소문 해 보았으나 허사였다. 우리구역 교적 명단에도 보이지 않는다. 
누군지 모르지만 도울일이 있으면 도와야겠다 싶어 본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구역장님이세요? 제가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쳐서 기억을 잘 못해요. 
막연하게 제가 사는 구역이 63구역이라는 것만 떠오르기에 무턱대고 사무실에 
전화를 했는데 구역장님 번호를 가르쳐 주지 않네요"
그자매와 나는 서로 흐릿한 기억을 더듬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 고리를 이어갔고 
이윽고 우리구역으로 이사온 후 활동을 접고 '쉬는 신자'의 길을 택했다고..
"응..... 생각나네요... 3동에서 이사왔다고 했죠?
마침 반장이 공석이어서 맡아달라고 간청했으나 냉정하게 거절하던 노랑머리.."
"네.. 그때는 노랑머리였어요."
4~5년 전, 우리 구역으로 전입 온 자매님 댁을 방문하여 '소공동체 모임'을  
주관 하면서 성수도 뿌리며 '축복기도'를 하였던 기억을 되짚었다. 
현재도 우리구역에 거주하느냐고 재차 확인을 하니 아직 그집에 살고 있단다.
타구역에서 반장을 하던 자매가 전입을 왔기에 우리구역에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 
반겼으나 전혀 그렇지를 못했다. '소공동체 모임'과 '성전 청소' 그외 성당행사 등등.. 
구역에서 해야되는 모든 일에 관심조차도 없었고 협조를 요청 할때마다 오히려 더 
강하게 거절하곤 하였다. 
열심이던 자매가 비협조자로 돌아섰을 때에는 그나름대로 타당한 이유가 있겠지만 
구역일을 책임지고 있는 구역장으로서는 일말 섭섭한 마음자락도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봉사'는 강요로 되는 일이 아니므로 하느님께 맡기는 것 밖에는 뾰족한 
도리가 없다. 
다음 날, 매점에서 웰빙 주스 한박스 사들고 약속한 시간에 병실을 찾았다. 
마침 물리치료 시간과 겹치어서 30분쯤 기다리니 세시리아 자매가 병실로 왔다. 
샛노랗게 물들었던 머리는 본래의 흑갈색 머리로 되돌아 와 있었다.
"구역장님, 뵈올면목이 없어요. 그래도.. 기도가 받고 싶었어요"
"그래... 그랬구나... 찾아줘서 고마워...."
"그런데 이상해? 우리구역에 살고 있는데 교적엔 명단이 없지?"
"구역장님이 제가 미워서 빼버렸나보죠?"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우리 구역명단을 주면서 찾아보라고 했다.
"...... 여기 있어요......"
"왜 내눈엔 안보였지? 교적은 함부로 빼는게 아니거든...
퇴원하거들랑...... 성사보고... 교무금도 책정하고 하느님과 함께 하자...."
"저의 가족이 모두가 잠자고 있는데 저부터 깨어나야겠어요"
"그럼... 그래야지... 하느님 품은 외롭지 않거든..."
세시리아가 입원한 병실은 6인 병실이었다. 앞 병상을 가르키며
"저 할머니는 4동 성당 신자이신데 교우들이 많이들 찾아와 기도를 해 주는데
저는 찾아오는 교우가 아무도 없는 거여요. 예전에 함께 활동했던 자매에게
연락을 취하고 싶어도 이름마저도 기억이 없고... 정말 외로웠어요..."
08/07/21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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